[이화여대 2001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이화여대는 24일 서울 부산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240여개교의 고교생 5800여명을 대상으로 ‘2001학년도 논술 모의시험’을 실시하면서 논술시험 출제 방향을 발표했다.

이화여대는 서울지역 12개 대학 논술공동연구위원회의 논의를 반영, △근대나 현대의 작품도 예시문으로 과감하게 활용해 다양한 글읽기를 권장하고 △예시문의 출전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창의적인 답안을 유도하기로 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이화여대 2001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인문·자연계열 공통)

<답안작성시 유의사항>

1.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내외(1400∼1600자)로 서술할 것.

2. 시험시간은 150분임.

3. 글의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4. 수험번호,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지에 드러내지 말 것.

5. 반드시 흑색 연필이나 흑색 볼펜으로 쓸 것.

▼문제

정의로움은 사회와 시대의 차이를 초월한 인간 덕목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인간은 왜 정의로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의 제시문은 정의로움의 자체적 가치에 대해 회의적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정의로움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예시문

전설에 의하면 귀고스(Gygos)는 양치기로서 리디아 왕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가 양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데, 하루는 폭우가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 땅이 온통 갈라졌습니다. 그리하여 양들이 풀을 뜯고 있던 곳에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는 이것을 보자 깜짝 놀라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눈에 뜨인 것은 청동으로 된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안이 비어 있고 작은 창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귀고스가 몸을 굽혀 그 창을 들여다보았더니, 거기에는 엄청나게 키가 큰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시체는 손에 금가락지를 끼고 있을 뿐 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금가락지를 빼 가지고 그 구멍에서 나왔습니다.

그 후에 달마다 있는 양치기 모임에서 양치기들은 왕에게 양떼들의 현황을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귀고스도 다른 양치기들과 함께 이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는 손가락에 그 가락지를 끼고 다른 양치기들과 함께 앉아 있다가 무심코 가락지의 구슬이 자신을 향하도록 돌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모습이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친구들은 귀고스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두리번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깜짝 놀라 그 가락지의 구슬을 다시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돌려보았더니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락지에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가를 다시 시험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슬을 안쪽으로 돌리면 자기 모습이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되고, 바깥 쪽으로 돌리면 자기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왕에게 보고하러 가는 사자(使者)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도 함께 참가하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궁성에 도착한 그는 우선 왕비와 정을 통한 후에, 그녀와 공모하여 왕을 죽여 버리고 왕좌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그런 가락지가 두 개 있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나는 선량한 사람이 끼고 또 하나는 불량한 사람이 끼었다고 합시다. 이 때 아무리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라도 강철같이 굳은 지조를 가지고 정의의 편에 서서 남의 물건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시장에 가서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아무도 몰래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어떤 집에든지 들어가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과 동침할 수도 있으며, 또 죽이고 싶은 자가 있으면 죽일 수도 있고, 결박된 자를 얼마든지 풀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선량한 사람이건 불량한 사람이건 다 비슷한 행동을 취할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자발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렇게 강제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정을 저지르고서도 발각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인간은 어디서나 불의를 행하게 되니까요. 누구나 불의가 정의보다 자기에게 훨씬 더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