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잊혀진 '경세종' 다시 울린다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한국 감리교단의 모교회인 서울 중구 정동 정동제일교회 교인들이 선교사 아펜젤러의 순직을 기념해 주조한 교회종이 잊혀진 ‘경세종(警世鐘)’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는다. 정동교회는 11일 아펜젤러 순직 98주년을 기념해 이 종의 명명식을 갖고 타종식을 거행한다.

이 종은 정동교회 역사편찬위원회의 조사결과 아펜젤러 순직 5주년이 되던 1907년 당시 최병헌(崔炳憲)담임목사의 발의에 따라 만들어져 아펜젤러선교사와 같이 세상을 깨우치는 종이란 의미로 ‘경세종’으로 명명됐다.

이광수(李光洙)의 소설 ‘무정’에도 등장하는 이 종은 일제치하에서 민족혼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한일합병 직후에는 일본 메이지(明治)천황의 기일이 성탄일과 겹치자 종을 울리며 성탄을 축하함으로써 항일의 의사를 표시했고 3·1 만세운동때는 파고다공원(지금의 탑골공원) 일대의 시위가 지휘부를 잃고 우왕좌왕하자 종을 울려 배재와 이화학당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오를 갖추게 했다. 하지만 ‘경세종’이란 본래의 이름은 서서히 교인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미국에서 주조돼 국내에 들어온 이 종은 크기와 모양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자유의 종’과 똑같다. 미국에서 귀국한 서재필(徐載弼)박사가 아펜젤러 목사 사택에 기거했고 서박사가 만민공동회사건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점 등을 감안하면 두 종은 형제간이나 다름없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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