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의 새좌표]교육학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우리시대의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이 탈중심화와 다원화를 표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면 이에 상응하는 교육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구성주의라 할 수 있다. 구성주의에서는 지식을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하는 것으로 전제한다. 또 그 지식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경험하는 현실에 대해 구성하는 개별적 의미이자 해석이라고 본다.

▼소그룹 활동 다양성 중시▼

이러한 인식론에 기초한 구성주의가 강조하는 것은 교사에서 학생으로의 권위이양, 학생 개개인의 생각과 목소리에 대한 가치부여, 그리고 소그룹 활동을 통해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습환경이다. 이런 구성주의적 패러다임을 교육현장에서 실천하는 두 축이 하드웨어로서의 정보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로서의 열린교육이다.

미래학자 나이츠비츠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 양대축은 ‘하이테크, 하이터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는 이 둘을 독립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파악하는 것이다. 우선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보면 교육현장에서의 하이테크는 이전의 테크놀러지와 비교할 때 분명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전의 테크놀러지가 학습활동의 보조적 주변적 기능을 담당했다면 하이테크에 의한 수업은 인간의 인지적 지평을 확대해주는 중심적 역할, 즉 인지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학습이 가능토록 할 뿐더러 엄청난 양의 멀티미디어 정보나 지식을 보존하고 검색하며 또한 그것을 가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순차적 직선적 시간의 의미를 과감히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하이테크는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주체와 대상 사이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참여자 모두가 수평적이며 다원적인 관계를 경험하도록 한다. 교사와 학생간에 존재했던 역할구분이나 위계질서에 대한 경계허물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최근에 대두되는 사이버학습이나 사이버대학 등도 이러한 하이테크가 연출하는 새로운 교육환경이다.

▼테크놀러지 감성적 활용▼

반면 하이터치가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교육이 강조해오던 논리적 분석적 지능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서 인성과 직감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교육환경이다. 따라서 하이터치교육에서는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적 구분 대신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총체적 교육을 추구한다. 근자에 교육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다중지능이론(multiful intelligence theory), 동기이론(motivation theory), 자기주도적 학습이론, 협동학습이론, 상황학습이론 등은 하이터치 교육을 뒷받침하는 이론들로서 모두가 흔히 말하는 ‘열린교육’이라는 테제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하이테크, 하이터치’는 상호보완적 개념이기도 하다. 하이터치는 하이테크의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교육환경에서 차지하는 테크놀러지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터액션을 인간과 매체 사이의 인터페이스 관계가 대체해 가면서 우리시대는 교육의 비인간화라는 부메랑효과를 우려해야 한다.

따라서 ‘하이테크, 하이터치’를 지향하는 교육은 어떤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와 같은 도구적 가치와 더불어 정보의 올바른 선택과 관련된 사회적 도덕률, 문화적 정체성, 인본주의적 사고 등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하이테크가 가져올 수 있는 교육의 비인간화 혹은 탈인간화 경향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테크놀로지의 감성적 활용에 대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네트워크화된 사이버학습에서는 전자메일이나 동시적 비동시적 컨퍼런싱, 원격화상교육시스템 등을 활용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며, 문자중심의 환경을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전환함으로써 최대한 면대면 학습환경과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화된 사이버학습에서는 교사의 탈중심화와 학생들간의 협동학습이 용이해짐에 따라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학습의 주체와 중심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생 개인의 가치존중▼

결국 ‘하이테크, 하이터치’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은 교육에서의 테크놀러지의 역할이 커질수록 오히려 인간중심적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커져야 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혹은 교육의 테크놀러지와 교육의 이데올로기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인애(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다음회는 ‘정치학’으로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임혁백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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