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 99년 한해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초등학교 숫자다. 전체의 15%에 달하는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지만 대학 입시제도, 과외허용여부, 촌지가 교육문제의 전부인양 여겨지는 사회풍토 속에서 그 숫자의 의미는 체감되지 않았다.
책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실렸던 열 개 분교에 대한 탐방기록이다. 그 작은 학교에 깃들인 아이들과 그 가족의 삶을 사진과 글로 묘사한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다. 아울러 교육환경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폐교정책’이 정말로 작은 학교 아이들에게 ‘복된’ 교육환경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아프게 되묻는 질의서다.
99년 3월 폐교된 경남 남해군 조도의 미남분교. 뭍의 큰 학교로 통합돼 아이들이 배를 타고 통학하고 있다.
미남분교 전교생 다섯명은 모두 엄마가 없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갔거나 이미 소식이 묘연한 결손가정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에게 전교생 다섯명인 학교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름을 불리워가며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는 것과 전교생 500명의 학교에서 ‘뭇 아이들 중 하나’로 자라는 것이 과연 같을 수 있을까.학교가 사라지면 징소리 울리고 만국기 휘날리고 어른들의 술추렴도 벌어지기 마련인 마을 운동회도 사라진다. 그것은 한 마을의 신명과 맥박을 앗아가는 일이다. 사라져가는 작은 학교는 마을 사람들이 자식교육을 위해 ‘땅도 내놓고 벽돌도 직접 찍어 쌓아 올리고 보릿고개에도 안 꺼내먹은 보리쌀을 내놓아 만든 우리들의 학교’였던 것이다.
작은 학교를 없애는 농어촌학교 통폐합정책은 도시지역에 버금가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된다. 여러 학교에 교육비를 나누기 보다는 한 학교에 집중투자하겠다는 합리성과 효율성의 정책이다. 그러나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의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그 효율성의 허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개인의 창의력과 지역사회 공동체가 중시되는 21세기에는 개인의 독창성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은 학생수가 적은 지역사회 학교에서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작은 학교의 통폐합은 이런 교육환경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213쪽 7,000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