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츠' 공연금지]'해외작품 무단공연'시대 끝났다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원작자의 허가와 로열티없이 공연한 극단 대중의 뮤지컬 ‘캐츠’에 대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영국의 ‘더 리얼리 유스풀 그룹’(RUG)이 제기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이 16일 우리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자 공연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은 1995년 개정된 새 저작권법이 올 1월 1일 공식 발효된 이후 국내 공연 외국 예술작품에 대해 법원이 내린 첫 가처분 결정. 이에 따라 당장 극단 대중은 지방순회 공연과 7∼8월 서울 앙코르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 법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은 어느 나라든 연극 음악 무용 등 공연물의 저작권을 작가 사후 50년까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공연계는 해외작품에 대해 그동안 로열티 없이 공연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20년 가까이 로열티없이 공연해오던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 대해 1994년 처음으로 정식 로열티를 주고 공연한 것은 극단 에이콤이었다. 1994년 당시 이 공연을 진행했던 에이콤은 외국 측과 체결한 공식 계약서를 프로그램에 실었을 정도다.

1998년 이후 극단 신시의 ‘라이프’ ‘갬블러’ ‘사운드 오브 뮤직’ ‘렌트’, 극단 에이콤의 ‘페임’ 등은 정식 로열티를 지불하고 공연한 경우. 해외 저작권자에게 주는 로열티는 공연에 따라 다르지만 흥행 전체 수입의 10% 내외를 물어야 한다. 극단 신시는 ‘라이프’의 경우 3000만원, 렌트는 6000만원, 사운드 오브 뮤직은 2000만원 정도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그런데 1∼2월 ‘캐츠’를 원작자의 허가없이 공연한 극단 대중에 영국 RUG 측이 제기한 로열티는 총수입액의 18.5%로 금액으로는 1억여원.

이에 대해 극단 대중의 조민 대표는 “이는 수 개월씩 장기공연이 가능한 일본과 같은 국가에 요구하는 로열티”라며 “국내 공연 현실을 무시한 횡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RUG 측이 ‘캐츠’ 공연을 국내 다른 극단과 협상하고 있던 중 무단으로 공연한 극단 대중 측에 대한 ‘괘씸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연극계의 시각.

실제 극단 신시는 ‘라이프’의 경우 초연 당시 4만 달러를 로열티로 지불했으나, 2차 공연 때는 2만 달러만 지불했다. ‘갬블러’는 1차 공연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앙코르 공연 때는 저작권자 측에서 로열티를 면제해주는 등 협상이 가능한 부분.또한 극단 학전의 번안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2월 한국 공연 1000회 기념공연에 참석한 독일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가 지하철 1호선 저작료(수익의 4∼6%) 지불을 면제해주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윤호진 극단 에이콤 대표는 “정식 로열티를 주지 않고 공연을 할 경우 제대로 된 악보와 연출기법을 전수받지 못해 CD나 비디오를 보고 조악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며 “OECD에 가입한 한국으로서는 이제 저작권 보호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쌓아야만 질좋은 해외작품을 수입하고, 국내 창작물의 해외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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