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엄마들①]창의력 길러주기에 교육 초점

  • 입력 2000년 5월 9일 18시 58분


컴퓨터문화를 전세계에 전파시킨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에서 교육학을 가르친지 30여년이 됐다. 이곳 컴퓨터문화혁명을 이뤄낸 주역들이 갖춘 덕목의 핵심은 창의력이다. 실리콘밸리의 엄마들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온 힘을 쏟는다.

미국아동학회(NAEYC)의 교육목표 역시 ‘긍정적 자아관념발달’이다. 각기 다르게 생기고 능력과 특성도 다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존중해줌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부모와 교사들은 바람직한 ‘아이상’을 임의대로 그려놓고 거기서 벗어나면 문제있는 아이로 취급한다.

미국아이들이 보는 책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학습효과만을 강조하는 한국의 대다수 그림책들과 크게 다르다.

최근 개정판이 나온 ‘엘로이즈’라는 그림책만 보아도 결코 교훈적이라거나 강한 메시지를 담고있지 않지만 미국의 엄마들은 자신만의 보물상자에 담고 싶어하는 단 한권의 책으로 꼽는다. 엘로이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들 뿐이다. 그래서 엘로이즈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짖궂은 장난을 일삼는다. 미국의 아동학자들은 엘로이즈의 정신없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어른들이 상상도 못할 기발한 아이디어가 묻어나는 것에 주목한다.

한국교육은 어떤가. 아이의 튀는 개성을 키워주기 보다 구조적으로 억누르려만 하는 분위기가 박찬호를 아인슈타인으로 키우려는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5월, 우리 아이들이 엘로이즈같이 당차게 행동하고 흥미있는 일에 열중하며 결국엔 삶을 사랑하며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

(정정순 미국 산호세주립대교수·전 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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