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휘트니비엔날레]'미술의 경계' 허물어진다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쿠르트 카우퍼'디바 픽션 #88'
쿠르트 카우퍼
'디바 픽션 #88'
미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2000년 휘트니비엔날레가 지난달 23일 개막돼 6월4일까지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다.

1932년 엘리트작가 위주의 권위주의적 미술전람회에 반기를 들고 출범한 휘트니비엔날레는 출품작들에 대한 시상제도는 물론 상금도 없는 것이 특징.

▼작가-큐레이터 지역 안배▼

올해 휘트니비엔날레에는 설치작가 데니스 아담스 등 미국 전역에서 97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참가 작가들은 지역적으로 안배됐다. 휘트니미술관측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와 작가들을 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가 미국 미술의 중심지로 여겨지면서 다른 지역의 작가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이란 출신의 여성 비디오작가 쉬린 네샤트 등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포함됐다.

큐레이터 선정에도 활동 지역이 고려됐다. 이번 비엔날레는 마이클 아우핑 텍사스 포츠워드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등 6명의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특정한 주제나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큐레이터들이 소재, 매체, 표현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1997년 이후 제작된 작품 중 훌륭한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작품들을 선택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일관된 주제는 없다.

그러나 회화, 설치,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새천년 흥분 다룬 작품 드물어▼

정면 얼굴이 아니라 뒤통수를 그리는 등 전통적인 초상화의 개념에 반기를 든 살로몬 우에타, 화려한 오페라의 여주인공을 그리면서도 그 얼굴모습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이 안가도록 표현한 쿠르트 카우퍼 등 개성있는 작가들이 선정됐다. 일본 출신의 유기노리 야나기는 색을 입힌 모래로 성조기를 그린 다음 그 속에 수천마리의 개미를 넣어 성조기가 파괴되는 모양을 표현했다. 다양한 경향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등장한다.

이 밖에 사진과 필름을 이용한 다양한 설치 작품이 등장한다. 복합매체를 사용해 비디오 평면 조각 등 기존 범주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의 설명. 새천년에 열리는 비엔날레이지만 새천년의 긴장이나 흥분을 다루는 작품은 드물었다는 평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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