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공간도 '퓨전' 바람…한곳서 다양한 재미 제공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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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엘 왜 가요? 미용실 가면 공짜인데.”

게임방 혹은 비디오방같은 미용실, 테크노텍같은 오락실, 만화방같은 PC방…. 바야흐로 퓨전 스페이스(Fusion Space·복합공간)가 대중화되고 있다. 젊은이 대상의 문화휴식공간 가운데 서로 보완재 관계가 될 수 있는 업소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가 일어나는 추세다.

서울 중구 명동에 최근 문을 연 ‘쟝피엘 헤어 앤 카이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 첫 발을 디디는 순간 왼편에는 머리하는 사람들, 오른편에는 각기 ‘리니지’ 게임과 ‘아메리칸 파이’비디오 시청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한쪽 구석에는 커피포트와 푹신한 의자로 구성된 작은 카페같은 공간이 있고 그 옆에는 자동판매기 모양의 휴대폰 충전기까지 있다.

이 업소 송진하 대표(33)는 “기존의 미용실에 PC방 비디오방 카페 등의 복합적인 개념을 도입했다”며 그래서 ‘미용실’ 대신 ‘커뮤니티’라는 간판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DDR오락실인 ‘펌프록클럽 테크테크’와 ‘미키미키 포토게임장’도 엇비슷한 장르의 업소가 혼합된 느낌.

‘펌프록클럽 테크테크’의 내부는 테크노텍과 흡사하다. 스테이지 대신 DDR오락기 위에서 춤을 춘다는 점만이 다를 뿐. 별도의 배경음악을 선사하는 DJ와 현란한 사이키 조명은 기본이고 ‘프렌드 부킹바’라는 공간을 만들어 청소년들에게는 스포츠음료를, 19세이상 고객에게는 맥주 칵테일 등 술을 판매하며 남녀간 짝을 짓는 ‘부킹’까지 시켜준다.

이 업소를 자주 찾는다는 김나연양(21·이화여대 국문3)은 “춤과 술을 같이 즐긴다는 점에서 나이트클럽같은 열정적인 분위기면서도 5000원정도면 몇 시간이고 놀 수있어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소”이라고 말했다.

‘미키미키 포토게임장’역시 주종목은 DDR오락기구지만 스티커 사진 촬영기를 함께 갖다 놓아 한때 ‘사양산업’으로까지 분류됐던 스티커 사진의 인기를 되살리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 홍익대앞과 신촌에 자리잡은 ‘만화랑 PC랑’과 ‘코믹캡슐만화방’등도 PC방과 만화가게의 ‘장르파괴’로 인기를 끈다. 아직 퓨전스페이스에 대한 관련법규가 없어 별 수없이 한 가게에 속문을 두 개 뚫었다는 ‘만화랑 PC랑’대표 안병로씨(39)는 “PC와 만화라는 두가지 ‘멍석’이 함께 있는 덕분에 PC에 지친 사람들은 만화로, 만화에 지친이들은 PC로 옮겨가 자연스럽게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제휴관계를 맺고 매출을 끌어올린 것과 같은 이치죠.”

고려대 경영학과 박찬수 교수(38·마케팅 전공)는 퓨전 스페이스화 경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젊은이 대상의 업소들은 유행을 심하게 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가지 이상의 업종을 묶어놓으면 한쪽의 부침이 있더라도 총액은 최소한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매출을 ‘쌍끌이’할 수있다는 논리가 복합공간인 퓨전 스페이스 형성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셈이다.

일본문화평론가 하헌준씨(33·천리안 ‘GO ILBON’운영자)는 “일본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24시간 편의점에 PC방, 댄스클럽과 미장원을 합친 ‘파티머리방’등 개념을 합친 복합공간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며 “도꾜의 하라주큐 등 이른바 젊음의 거리에서는 ‘파티머리방’이라는 업소들이 생겨나 DJ가 노래를 틀어주며 댄스파티를 하다가 중간에 머리를 깎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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