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황사 한반도 기습…"서울 먼지 17배나 많았다"

  • 입력 2000년 4월 7일 19시 18분


초대형 황사(黃砂)가 7일 한반도를 덮쳤다.

기상청은 “5일 중국 고비사막에서 발생해 6일 베이징(北京) 주변지역을 뒤덮었던 대규모 황사의 일부가 7일 오전 저기압을 따라 한반도로 이동, 전국을 뒤덮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황사는 올들어 다섯 번째 발생한 것으로 그 중 최대 규모다.

이날 발생한 황사는 하늘이 혼탁하고 황색 먼지가 물체 표면에 쌓이는 정도. 이날 서울지역의 시정은 1.8㎞로 평소의 10분의 1에 불과했으며 초속 6m의 강풍마저 불면서 하늘이 온통 누런 먼지로 뒤덮였다.

지역별 시정은 △춘천 2㎞ △원주 3㎞ △수원 3.5㎞ △강릉 4㎞ △속초 5㎞ 등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황사현상이 나타나자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코를 움켜쥐고 황사를 피해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회사원 이은정씨(25)는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갔더니 코와 입안에까지 먼지가 들어오고 눈이 따가워 몹시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관악산 레이더 관측소에서 관측된 부유분진농도는 평소(0∼10㎍/㎥)의 17배가 넘는 177.2㎍/㎥에 달해 황사가 심했던 3월 23일의 129.4㎍/㎥보다도 훨씬 짙은 먼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올들어 사상 최악의 황사가 잇따르면서 극심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6일 베이징 공항에서는 항공기 이착륙이 부분 통제돼 이달 들어서만 50여편의 항공기가 인근 공항에 착륙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올해 황사가 심해진 것은 지난 겨울과 올 봄에 걸쳐 중국 대륙의 극심한 가뭄으로 강수량이 적어 토양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황사의 주 발원지인 고비사막의 경우 3월의 강수량이 10㎜에도 못미칠 정도로 건조한 상태.

중국 기상당국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50년대 이래 초대형 황사가 발생하는 빈도가 늘고 있으며, 황사의 영향을 받는 지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6일 베이징 등 화북지역을 덮친 황사와 같은 규모의 초대형 황사는 50년대에는 5차례, 70년대에는 13차례, 90년대에는 23차례 발생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대규모 황사가 자주 발생하는 한 황사 피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4월중에도 최소한 한두 차례 이상 대형 황사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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