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섞인 불량LPG 나돈다…불 잘안붙고 그을음 심해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일부 석유화학사에서 충전소를 통해 일반 가정과 음식점 등에 판매하는 액화석유가스(LPG)통에 다량의 기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5일 LPG판매업체인 H가스사장 송모씨(42)가 공급받는 LPG에 기름이 섞여 있다며 거래업체인 K충전소를 고발해와 제조업체 유통업체 충전소 등을 상대로 수사중이다.

경찰에서 송씨는 “LPG통에 가스가 남아 있어도 불이 잘 붙지 않고 사용할 때마다 그을음과 심한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잇단 항의를 받고 확인해보니 가스통에서 다량의 노란색 기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K충전소에 공급되는 S종합화학의 가스 제품에 1∼1.5% 가량의 기름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밝혀내는 한편 충전 때마다 이 오일이 축적돼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한편 S화학은 경찰 조사에서 “제품에 기름이 섞인 사실을 판매시 유통업체 등에 알렸고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며 “기름을 제거해 판매하는 것은 유통회사나 판매업체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유통업체와 충전소측은 “LPG안전관리법상 외부로 가스를 배출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다 충전 때마다 가정용 LPG통에서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품질에 다소 문제가 있는 LPG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일반 소비자에게는 정상가격을 받고 판매한 유통업체 D에너지와 K충전소측을 사기 혐의로 처벌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행 LPG안전관리법에 품질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문제의 출발점인 가스공급업체 자체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이와 관련한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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