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디자인은 '메탈의 시대'…금속질감 소재 각광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데코빌 종합전시장에 새롭게 문을 연 30평형 모델하우스. 소호족(SOHO族·재택근무자)을 위한 업무공간 및 휴식공간이다.

메탈재질의 벽걸이 TV, 붙박이장의 은색손잡이, 세련된 느낌의 실버조명기구,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스탠드, 컴퓨터와 가전제품 등 메탈느낌을 내지 않는 것이 없다. 한켠에 자리잡은 홈바를 보아도 실버그릇 일색.

그러나 이 공간의 주제는 자연주의다. LG데코빌 디자인실 박현진과장은 “21세기는 디지털과 하이테크가 중심이지만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이기 때문에 기술문명의 차가움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자연 소재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소호족의 업무공간은 더욱 자연풍의 인테리어로 꾸며져야 한다는 설명.

▼메탈, 메탈릭▼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금속질감과 유리, 미래적 이미지의 색다른 공간을 제시하는 테크니즘(technism)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IRI디자인연구소 이복신실장은 “메탈과 실버 펄 유리 큐빅 등 차가운 느낌의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며 “2000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메탈릭의 질감(손)과 색감(눈)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탈릭은 TV나 오디오, 액자 시계 욕실소품 컵 포크 휴대폰 뿐 아니라 패션에서도 두드러진다.

전지현을 신세대 유망주로 만든 ‘삼성 윙고’광고에서 그는 그린 메탈 재킷을 입고 도발적인 테크노 댄스음악에 맞춰 춤췄다. 이정현이 ‘바꿔’를 부를 때의 의상도 금속으로 만든 갑옷 느낌. 로에베 샤넬 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옷에서도 메탈릭이 돋보인다.

▼절충주의▼

메탈의 이미지는 지극히 기능우선적. 여기에 나무나 식물 등 자연을 곁들이는 것은 첨단기술문명의 냉정한 분위기를 인간적이면서도 자연적인 느낌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패션의 경우 꽃무늬속에서 메탈이 반짝이고 하이테크 소품으로 가득한 아파트에서도 바닥은 포근한 목재마루, 문이나 천정 몰딩 마감은 나무색으로 꾸민다. 가구도 메탈과 목재를 적당히 ‘공존’시킨 제품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문명이 빠뜨리기 쉬운 정신적인 면을 보강하는 의미에서 ‘젠(ZEN·禪)’의 개념을 추가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젠이 표현하는 곡선 좌식공간 대나무 등을 어우름으로써 미래성에 정신적이고 자연적인 것을 첨가한다.

▼메탈로부터의 탈출▼

“어떤 색을 좋아하십니까?”

미국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프리젠테이션장에서 ‘하드디스크, CPU, 메모리’등등 메탈냄새가 풀풀나는 컴퓨터의 사양을 들먹이기 전에 고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애플사가 1998년에 이어 99년에 내놓은 아이북이나 아이맥컴퓨터는 블루베리 포도 오렌지 등의 과일색깔이 아름답게 사용됐다. 내부를 투명하게 감싸주는 외부는 아름다운 곡선으로 처리됐다. 디지털과 하이테크의 총아 컴퓨터의 스타일 혁명이 이뤄진 것이다.

이 컴퓨터는 다른 컴퓨터보다 전송속도가 빨랐던 것도, 용량이 더 큰 것도 아니었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15초에 한 대씩 팔려나가고 있고 결국 죽음 직전에서 애플사를 구원했다.

이노디자인 홈페이지(www.innodesign.com)의 ‘A to Z Story’전에서도 우리의 미래가 얼마든지 메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하이테크제품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메탈이 얼마든지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메탈제품 파는 곳▼

▽뱅 앤 올룹슨〓메탈재질의 덴마크제 오디오 전문점. 02-518-5103

▽최가철물점〓가구 생활용품 등 메탈 데코레이션. 02-517-2525, 02-6678-3409

▽철가동가〓의자와 테이블 콘솔 등 주문제작 판매. 02-549-6799

▽무명주의〓금속소재의 욕실용품과 소품 판매. 02-517-5561,0344-919-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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