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장기수신 늘어난다…단기부동화현상 퇴조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30분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단기성 수신은 급속하게 줄어드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 정기예금의 예치기간도 크게 늘고 있어 은행권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안정적인 자금의 은행권 유입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주택은행이 독점해온 주택청약예금을 다음달부터는 다른 은행에서도 취급할 수 있게 되고 가입대상이 확대되는데다 퇴직신탁 추가형신탁 등 새로운 상품들이 은행권의 수신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

▽시중자금 은행 예치기간 장기화〓그동안 시중 자금은 대규모로 주식시장에 몰렸다가 증시상황이 나빠지면 일시적으로 은행의 단기예금상품에 예치되는 단기 부동화 현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각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려 1년 이상 장기예금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끈질기게 펼친 결과 은행에 예치되는 예금의 가입기간이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신규가입 고객의 평균 예치기간이 작년 11월 4.59개월에서 △작년 12월 5.38개월 △올 1월 5.73개월로 늘어난 뒤 이달들어서는 19일 현재 7.09개월까지 예년의 수준으로 늘어났다.

한미은행도 작년 11월 7.6개월에서 이달들어 19일 현재 9.2개월로 늘었으며 주택은행은 같은 기간 9.0개월에서 11.0개월로 장기화됐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자금 예치기간은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들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길어지고 있는 것이 은행권 전체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장기수신은 늘고 단기수신은 급감〓이와 함께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성 수신은 줄고 1년 이상의 안정적인 정기예금은 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1월말 현재 1년 이상 정기예금이 전월에 비해 1조3600억원이나 늘었으며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수천억원씩 증가했다. 반면 MMDA 등 요구불예금은 1000억원 안팎에서 최고 8000억원이 감소했다.

이같은 은행예금의 장기화 현상은 2월들어 대우채 환매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이달들어 19일까지 정기예금은 1조2548억원이 증가한 반면 요구불예금은 1조1826억원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1월에는 정기예금이 211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달들어 19일까지 1조6632억원이나 증가했으며 주택은행은 1조5516억원 증가했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 19일 현재 정기예금 증가규모가 각각 6741억원, 7656억원에 이르러 이달말이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중은행 수신담당자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예금자보호 축소를 앞두고 지난해말부터 1년 이상 정기예금에 보너스 금리와 각종 사은상품 등을 내걸며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편 결과”라며 “다음달 새로운 예금상품의 시판이 잇따라 개시돼 은행예금의 장기화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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