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사진으로 보는 하루키 문학세계'

  • 입력 1999년 11월 5일 20시 14분


▼'사진으로 보는 하루키 문학세계' 후카미 하루카 지음/김유곤 옮김/문학사상사 펴냄/134쪽 8000원▼

〈상실의 시대〉를 발표하여 단숨에 4백만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일본에 '무라카미 하루키 현상'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하루키의 세계로 안내하는 추억의 사진집이다.

교토 출신인 하루키가 열아홉의 나이로 도쿄에 상경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던 1968년부터 와세다 대학 문학부 연극과에 다니며 학생운동을 체험하던 시절을 거쳐 인기작가로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1997년까지, 그의 인생 역정과 더불어 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도쿄의 이곳저곳을 생생한 사진에 담았다.

하루키의 등단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부터 〈1973년의 핀볼〉〈양을 쫓는 모험〉〈상실의 시대〉〈댄스 댄스 댄스〉〈태엽 감는 새〉등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고 소설에 언급되는 LP, 양주, 담배 등의 소품 하나하나까지 적절하게 배치해 현실과 소설의 공간을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수록된 사진 하나하나가 훌륭한 예술적인 가치를 느끼게 할 정도로 걸출하며, 하루키 문학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풍부한 사진 자료와 더불어 작품 속의 문장을 인용하여 생동감 넘치게 엮었다.

이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도쿄 구석구석을 헤매고 있는 기분에 빠져든다. 하루키 매니아를 자처하는 독자라면 이책을 안내서 삼아 한번쯤 하루키 문학의 무대가 되었던 도쿄의 이곳저곳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하루키를 사랑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그의 문학세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추억의 사진집이 될 것이다.

구성과 글을 담당한 후카미 하루카는 일본의 문학평론가이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래〉라는 연구 논문집을 발간한 바 있다.

정태경<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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