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추서 故장준하부인 김희숙씨 "사상계 복간 바람"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사상계’ 발행인이었던 고 장준하(張俊河)선생의 아내 김희숙(金熙淑·74)여사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잡지의 날’기념식장에서 오랜만에 미소지었다. 김여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75년 작고한 남편을 대신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막상 훈장추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제서야’라는 생각에 반가움보다는 화가 먼저 나더군요. 필리핀은 이미 62년에 막사이사이상을 주었는데….”

“‘사상계’ 창간(53년)부터 폐간까지 김여사는 때로는 편집부원, 때로는 영업사원 역할로 남편을 거들었다. 사무실이 없던 시절 필자들을 찾아다니며 원고를 받아 버선목에 넣어 옮겼고 책이 나오면 머리에 이고 나가 팔았다.

“박정희정권이 서점에 ‘사상계’를 못 팔게 압력을 넣으니까 새책이 고스란히 반품돼 온 일도 허다합니다. 다음 호를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과 그 새 책들을 리어카에 담아 파지로 팔러 다니며 피눈물을 흘렸어요.”

김여사는 “자유당정권 시절 이기붕이 사상계를 넘기라고 위협하자 차라리 내 피를 팔았으면 팔았지 사상계는 못 넘긴다고 호통치던 남편의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다”며 아무쪼록 그 정신이 계승돼 ‘사상계’가 복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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