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李宗吾 지음 '후흑열전'

  • 입력 1999년 9월 28일 14시 14분


▼'厚黑列傳' 이종오 지음/김수연 옮김/도서출판 아침/240쪽 7000원▼

'후흑(厚黑)'이란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뱃속'을 가리키는 말로 저자인 이종오가 고안해낸 일종의 인간학이다. 厚란 수치를 전혀 모르는 뻔뻔스러움을 말하며 黑이란 어떤 일이든 행할 수 있는 사악함을 말한다.

저자는 '후흑'이란 개념으로 중국 역사에 위인으로 남아 있는 여러 인물들을 풍자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유교를 풍자하기 위함이다. 즉 유교적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어 성군이나 영웅 호걸로 남아있는 여러 인물들의 시커먼 속내를 들춤으로써 유교적 인간관의 허구와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손문이 세운 반청혁명조직인 '동맹회'의 일원이었다. 신해혁명을 통해 공화정으로 넘어가고 있던 1910년대 중국상황을 염두에 둘 때, 아직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던 봉건 유교사상을 비판하기 위해 후흑학을 주창한 것이다.

현재 일고 있는 공자논쟁은 유교 자체에 대한 학문적 검토라기 보다는 IMF라는 국난을 겪으며 시작된 우리 국민의 자기반성의 일환이다.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한 비판적 지식인에 의해 이미 칠팝십년전에 행해졌던 극복 노력을 살펴보는 것도, 그 톡 쏘는 풍자적 글읽기의 즐거움과 더불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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