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고교생 얘기」만화방서 돌풍

  • 입력 1999년 6월 20일 19시 47분


현실을 그리는 만화. 주인공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얼굴.

나예리(30)와 유시진(28)은 순정만화의 새로운 문법을 창조해 나가는 만화가이다.

둘다 매니아층이 두터운 90년대의 인기 여성작가. 이들은 만화잡지에 각각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이슈)와 ‘쿨핫’(윙크)을 연재한다. 감각적 10대의 유행 대신 평범한 고교생들이 겪는 내면의 고민을 폭넓게 표현해 주목을 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성작가들이 그리는 순정만화는 ‘환상적 사랑의 완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나예리 유시진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이같은 ‘하이틴 로맨스류’의 고전적 순정만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 주인공도 ‘동성들의 우상’처럼 남자같은 여학생, 시골 아줌마처럼 촌스런 파마머리 여학생 등 파격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나예리의 ‘특명!…’에서는 막 고등학생이 된 ‘미루’와 ‘마루’라는 쌍둥이 남매가 주인공. 10대에 해야할 특명을 제시하며 에피소드를 이끌어나간다.

작가가 가장 핵심으로 제시하는 10대의 특명은 ‘20대에 어떤 인물이 될지 꿈꿔보는 것’. 나예리는 “남자와 여자가 겪는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 이란성 쌍동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유시진의 ‘쿨핫’은 독서서클 ‘가디록’의 회원들 사이에서 복잡하게 벌어지는 우정과 질투, 동성애와 이성애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유시진은 “나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이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며 “특별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까지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동기에서 ‘쿨핫’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