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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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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은 ‘탱탱’이야.”
도대체 드골의 경쟁심에 불을 지른 ‘탱탱’(TINTIN)은 누구일까?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탱탱’. 한국에서도 케이블TV 만화프로그램 ‘소년기자 틴틴’으로 만날 수 있었던 모험의 주인공이다. 29년 1월 탄생해 이후 56년간 모스크바부터 달나라까지 누빈 모험가다.
탱탱에 관한 드골의 발언은 몇 가지를 생각케 한다. 어른인 대통령이 만화읽기를 즐긴다는 사실….
때로는 ‘저질문화’로 손가락질 당하고, 때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문화산업’으로 떠받들어지는 한국만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전설’같은 얘기다. 이 책은 한국의 한 젊은 만화가가 그 전설의 실체를 근접 탐사한 기행문이다.
저자가 4년여간 탐색한 나라는 영국 벨기에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8개국. 각국의 대표 만화가와 그의 작품, 주요 만화잡지, 만화박물관, 만화서점,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등 만화박람회 현장을 모두 컬러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 책의 더 큰 매력은 만화의 발달과정을 여타 문화부문과 종횡으로 연결해 파악하려는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
종적(역사적)인 분석의 예. 이탈리아 만화전통의 기원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익살그림’에서, 스페인과 프랑스의 만화 기원은 19세기 말 정치풍자화를 그린 프란시스코 데 고야와 오노레 도미에에서 찾는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만화가 밀로 마나라의 스토리 파트너가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라는 사실,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본명 장 지로)가 영화 ‘에일리언’에서 의상디자이너를 했고 또다른 영화 ‘제5원소’에서는 아트디렉터로 활약했다는 정보는 출판만화와 여타 산업의 횡적인 연관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유럽만화 발달의 이런 문화적 맥락을 짚어가다 보면 ‘돈만 퍼부으면 출판만화도, 애니메이션도 금방 육성될 수 있다’는 식의 우리나라 문화산업정책론은 너무 날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32)는 연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뒤 다시 공주전문대 만화예술학과에서 만화를 공부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