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민극」바람…「해가 지면 달이」인기

  • 입력 1999년 4월 8일 19시 33분


“정통연극만이 연극의 전부라고? 아는 척하는 유사(類似)엘리트를 위한 ‘그들만의 연극’은 대학로를 공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

뮤지컬 코미디 악극 등 상업성 짙은 ‘대중극’은 연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정통연극 지상주의자들에게 극단 신화(대표 김영수)가 정면 도전하고 나섰다.

신화는 96년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로 시작,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를 공연한 젊은 극단. 3일부터는 서민극시리즈 3탄 ‘해가 지면 달이 뜨고’를 서울 동숭동 인간소극장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서울 망우동 달동네의 만두가게 주인(윤주상 분)과 생선가게 여주인(추귀정), 좌판 상인들을 통해 실향민의 아픔과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 웃음과 눈물, 페이소스를 적절히 섞은 김태수의 극본과 1, 2탄의 ‘인기탄력’덕에 객석의 80%이상이 메워진다. 대학로 소극장의 평균성적에 비하면 단연 성공적.

연출까지 맡은 김영수는 “최루성 TV드라마같다는 평을 듣더라도 관객에게 한바탕 후련한 카타르시스만 줄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거대도시 한켠에 드리운 서민들의 그림자를 담은 연극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때문에 당연히 평단의 혹평이 집중된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서울산업대교수)는 “신화의 시도가 달동네 인생을 통해 개발독재의 그림자를 담는 등 시대의 치열한 고민까지 소화한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영수는 여전히 ‘떳떳하다’. “1시간반 동안에 사회적 해석까지 엮어놓으면 한마디로 헷갈린다. 20세기초 프랑스의 국민극이 결국 민중의 계급투쟁을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되면서 연극의 순수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신화의 서민극이 한 중견연출자의 말처럼 ‘머리긁고 극장나서는’ 관객에게 연극보기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용감한’시도인지, 아니면 평론가들의 지적처럼 ‘본질을 비껴가는 틈새전략의 승리’인지, 앞으로 10탄까지 이어진다는 서민극 시리즈가 주목된다. 6월6일까지 화∼목 오후7시반 금∼일 4시반 7시반. 02―923―2131.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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