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재회담 대화록]

  • 입력 1999년 3월 17일 19시 16분


◆정치권사정

△이회창총재〓미래지향적 대화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집권자가 정치적 경쟁상대나 전 정권에 대해 과거캐기 식의 사정을 압박수단으로 사용해온 게 우리 정치의 고질이다. 김대통령은 이런 과거캐기의 순환고리를 끊고 미래로 향해 나가는 첫번째 대통령이 돼달라.) 사정이 정치보복이 돼서는 안되며 과거를 대청산하고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

△김대중대통령〓(많은 점에 있어 공감한다. 특히 대화합의 정치 부분에 공감한다.)사정은 정치보복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나를 음해하던 인사들이 자유롭게 생활하며 국회의원도 하고 있지 않으냐. 이번의 사정은 여야 구분없이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다. 특히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 중 나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가 정치보복을 받은 사람인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정계개편

△이총재〓(표적사정 정치보복 또는 야당의원 빼내가기 등 야당 와해를 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이 있어서는 안된다.)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인정하고 날치기도 있어서는 안된다.(정책대결을 펴나갈 것을 제의한다.)

△김대통령〓공감한다. 과거 정권은 여소야대가 되면 인위적 정계개편을 했다. 내가 대통령이 된 뒤 1년만 도와달라고 야당에 부탁했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그때 일은 이총재에게 책임이 없다고 보지만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했다.)그래서 국민여론도 야당의원을 영입해 정국을 안정시킬 것을 요구했다. 대화정치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날치기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야당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정치개혁

△이총재〓정치개혁의 상반기중 합의처리는 곤란하다.(정치개혁 입법은 반드시 여야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여당단독으로는 안된다. 권력구조는 정치관계법의 상위개념이다. 정치개혁에 앞서 내각제개헌에 관한 대통령과 여권의 뜻이 국민앞에 표명돼야 한다.)

△김대통령〓(정당법 선거법 등은 권력체계와 관계없이 개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정치개혁을 먼저 해서 선거구를 확정해야 전당대회를 할 수 있으니 도와달라.

◆정보기관 정치개입

△이총재〓(권력기관의 불법 도청 감청 및 고문과 정치사찰 등 인권침해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구 안기부의 국회 529호실 정치사찰 행위 같은 정치개입행위는 결코 다시는 있어서 안된다. 지금도 야당 후원자들에 대한 도청과 탄압 협박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대통령〓고문은 증거만 나온다면 굳은 결심을 갖고 결단을 내리겠다. 과거 대공수사의 경험으로 미뤄 의심은 가나 증거가 없다. 도청도 절대 못한다. 감청도 과거에는 기록도 남기지 않고 했으나 지금은 기록을 하기 때문에 숫자상으로 많은 것처럼 보인다. 정치사찰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 국회 529호실은 당신들(전 정권)이 만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하면 되지 부수고 들어간 것은 문제다. 당에 지시해서 국회의장에게 폐쇄를 요청하도록 하겠다.

◆특검제 인사청문회

△이총재〓특검제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김대통령〓우리도 야당때 특검제를 주장했으나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특검제를 실시하는 미국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논의해보라.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의 임명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대북문제

△이총재〓(햇볕정책이 상호주의를 지키는 것인지 배제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있는 것 같다.(많은 국민이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국민성금으로 비료를 무상공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 대북정책이 실패했을 때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김대통령〓확고한 소신은 전쟁을 막는 것이다. 7천만의 운명과 4천만의 생명 재산을 생각한다. 북한이 협력하면 경제 외교적으로 도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것이 일괄타결방식이다. 이에 대해 전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언제 한국이 이런 지지를 받은 적이 있느냐. 이번 정책이 실패하더라도 전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끝까지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될 때는 그때 가서 대책을 세워나가겠다.

◆민생문제

△이총재〓실업 등 경제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건설적으로 협조하겠다.

그러나 대기업빅딜은 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김대통령〓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재벌들이 빅딜을 약속해놓고 1년이 넘어도 안하고 있으니 은행이 개입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빅딜이 잘되면 이런 간접적인 개입도 하지 않고 손을 뗄 것이다. 실업대책에 대해 협력해달라.

△이총재〓국민연금제도를 금년 4월1일부터 강행키로 한 것은 경제사정과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다. 98년 12월말에 신고한 종합소득세자료를 토대로 내년 1월1일부터 확대실시하도록 하자.

△김대통령〓국민연금은 예정대로 실시한다.(집행과정에서 졸렬한 것이 나와 국민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우리도 보완할테니 문제점을 파악해서 조치할 때까지 도와달라.

◆한일어업협정

△이총재〓(한일어업협정은 독도영유권을 훼손했다. 준비안된 협상대표들의 무지와 불성실로 막대한 어업 손실을 입게 했다.) 어업협상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어 재협상해야 한다.(관련자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김대통령〓독도와 어업협상은 아무 관계가 없다. 독도는 가만히 있어도 우리땅인데 왜 분쟁을 일으키느냐. 어업협정은 유엔결의에 따라 다시 협상했는데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다만 쌍끌이어업 복어채낚기 오징어잡이 등이 잘못됐는데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민들에게 최대한 보상처리하겠다.

◆재 보선

△이총재〓이번 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지난번 광명선거는 유례없는 타락선거였다. 역사에 부끄러운 선례를 남겼다. 이번에도 또다시 유사한 타락선거가 된다면 야당은 과연 이런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통령〓이번 선거는 돈을 쓴 것이 문제가 돼 다시 하는 선거다. 돈을 써서도 안되고 모략과 음해를 해서도 안된다.

김대통령의 별도당부최대 소원은 우리나라를 반드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로 만드는 데 있다. 정치보복 도청 야당탄압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여기서 이총재는 “고문 증거가 없다”고 한 김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고문 도청을 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나는 야당을 존중하고 동반자로 인정한다. 따라서 야당도 건전한 야당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제2건국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부조리와 지역감정 이기주의 등을 청산하고 21세기 인류혁명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야당도 동참해달라(이총재가 “의식개혁운동이라면 국민이 주체가 돼야지 정부 공무원이 참여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반박하자 김대통령은 “공무원이 참여해야 부정부패가 없어진다. 민간이 주도하되 공무원은 참여시키겠다”고 답변했다). 대북정책의 최대 희망은 전쟁을 막고 평화적으로 교류 협력하면서 살아가고 7천만이 바라는 대로 통일의 길로 가는 것이다. 야당도 도와달라.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청와대와 한나라당 발표로 대화록을 작성했으며 괄호안은 청와대 발표에는 없으나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이 추가로 설명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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