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絃」레핀, 「모차르트」협주곡 첫선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18)이 솔로를 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집? 의외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소년시절부터 레핀이 선보여온 음반은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 육중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과 서정성이라곤 건조시켜 날려버린 듯 ‘물기없는’ 20세기 작품들이다. 매끄럽기만 한 모차르트가 설 곳이라곤 없는 줄만 알았다.

레핀이 선보인 새음반(에라토 발매)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2,3,5번. 다른 연주자들이 보통 3,4,5번을 택하는 데 비하면 선곡부터 파격이다.

“4번 협주곡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았어요. 반면 2번은 비교적 가볍고 단순해서 넣었지요.”

3번의 활달한 첫주제부터 레핀의 활긋기는 활달하고 시원시원하다. 활 전체를 써서 빠르게 그어대는 정교함이 매끈하게 전달돼온다. 때로 활의 속도를 늦춰주며 ‘목멘듯한’ 소리를 들려주는 부분도 있지만 시종일관 연약한 표정으로 달려드는 솜털같은 모차르트는 아니다. 템포의 당기고 늦춤도 절제돼 있다. 전체 작품의 골격이 뚜렷이 드러나 보이고 색상이 강렬한 모차르트를 표현해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출신. 11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권위의 콩쿠르중 하나인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신동 대열에 합류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