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적 불법복제 판친다…학술출판사 고사 위기

입력 1999-02-05 19:23수정 2009-09-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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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지방 C대 한 학과의 2학기 전공강좌를 수강한 학생수는 2백명. 이 강좌의 교재로 채택된 ‘광고론’이라는 전공서적을 간행한 P출판사는 학생들 중 최소한 절반 정도는 책을 살 것으로 보고 1백권을 찍었다. 하지만 실제 팔린 책은 단 1권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1백99명의 학생은 어떻게 교재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P출판사측은 “학생 중 한명이 대표로 책을 한권 사서 집단으로 복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의 바다’라고 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해적행위’가 이제 우려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서적에 대해서만 행해지던 대학생들의 불법복사행위가 이제는 국내출판물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번지면서 국내 학술출판사들이 ‘고사(枯死)’할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5일 국내 5백여 학술 전문도서출판사들을 대표해 ‘학술 전문도서 출판중단위기 선언’을 발표하고 “국민과 정부 대학당국이 불법복사 복제 근절의 길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출판연구소는 95년 대학생 1인당 월평균 복사비용이 5천12원이라는 통계를 감안할 때 국내대학생들의 각종 불법복사 복제로 인한 국내외 학술서적 출판업계의 피해액 규모는 연간 최대 1천2백억원이나 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같은 대학 내 해적행위는 대학당국에 의해 묵시적으로 조장되고 있다. 출판문화협회가 서울시내 소재 35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학내 복사점수가 무려 1백39곳에 이르렀다는 것.

강희일(姜熙一)한국학술도서출판협의회회장은 “60개 회원사 중 10여개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학술서적의 원고를 반려하고 있다”며 “출판물의 불법복제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국내 학술출판계는 수년 안에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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