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영화제]최고 화제인물 부상 애너벨 정

입력 1999-01-28 19:52수정 2009-09-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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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이 아닌 하루 ‘날’ 10시간동안 2백51명의 남자와 한꺼번에 동침. 남가주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한 싱가포르 출신 포르노 스타 애너벨 정(26)이 올해 선댄스영화제 최고의 화제인물로 떠올랐다.

21일부터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독립영화잔치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출품된 ‘섹스:애너벨 정 스토리’.출품작 가운데 가장 먼저 전회 매진됐으며 전세계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도 쏟아져 프레스센터에는 “애너벨 정과 인터뷰 할 기자들이 2백51명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돌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화제에 오른 것은 ‘동침 기록’을 야한 영상으로 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인텔리 배우’가 ‘여자는 일부종사해야 한다’는 동양적 가치관, ‘여성에게는 성욕이 없으며 매춘부나 포르노배우는 남성의 희생물’이라는 식의 사회적 통념에 당당하게 저항하고 나섰기 때문. 도전과 실험, 반항정신으로 뭉친 이 영화제가 낳은 최고의 스타라 함직하다.

26일(현지시간) 파크시티 섀도우리지호텔에서 만난 애너벨 정은 “나는 사회의 이중적 가치를 뒤엎는 ‘생각하는 포르노 배우’”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왜 그런 기록에 나섰냐구요? 나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어디까지인가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여자는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싱가포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의 옥스포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애너벨 정은 ‘착한 여자’였다며 깔깔 웃었다.

엄격한 영국의 분위기가 싫어 미국으로 옮겨와 사진학을 전공하던 중 “포르노배우는 남성의 피해자이며 여성의 배신자”라는 여성학 강의를 듣고 95년 스물두살의 나이에 ‘정치적으로 잘못된 것 바로잡기(Political Correctness)’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자기 몸과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데 왜 희생자냐, 그 역시 성차별적 발상이 아니냐는 반문. 인터넷 누드스타 이승희를 연상케하는 대목이다.“2월이면 내가 감독 주연한 ‘지적(知的) 에로티시즘 성인 비디오가 나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애너벨 정은 그러나 “부모님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싱가포르에는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벗어던지려 한 전통적 가치관을 뿌리째 외면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이번 영화제에는 ‘에너벨 정 이야기’외에도 맞벌이 주부의 희망과 좌절을 담은 ‘24시간 여자’,여성의 내적 성장을 담은 극영화 ‘기니비어’, 주부의 고독을 그린 ‘주디 베를린’등 여성에 의한, 여성에 관한, 여성을 위한 영화가 대거 출품됐다.

〈파크시티(미국)〓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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