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기우/최초 한국관 「뿌듯」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06분


세계 최대 규모, 세계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그 50주년 행사장을 찾은 국내 출판인들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대회 참가 38년만에 처음으로 우리의 국가관이 들어섰기 때문. 지금까지 겨우 두 코너의 전시대에 얼기설기 책들을 ‘나열’해놓던 것에 비하면 1백50㎡ 규모의 국가관은 뿌듯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군색하고 초라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게 많은 출판인들의 자괴섞인 토로다. 구미의 출판 선진국들은 그렇다치고 대만 중국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질과 양에서 현저히 열세를 면치못했다.

이번에 대한출협이 국가관을 설치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8천5백만원. 2억원을 요청했으나 반으로 깎였고 막판에 다시 1천5백만원이 줄어들었다. 전시관 대여료만 3천만원, 순수 시설비가 6천5백만원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턱없이 인색한 지원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수년전부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대만정부는 이번에 5억원의 예산을 할애했다.

국가관을 설치하고 있는 70여개국들은 단순히 도서및 저작권 상담만 하는게 아니다. 이들은 도서전을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문화 종합전시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저 구색맞추기에 급급한 느낌이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무형의 고부가상품을 둘러싼 무역전쟁에서 벌써부터 뒷전으로 처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지켜보는 ‘세계 10대 출판대국’ 한국의 위상은 씁쓸했다. 아동물이나 외국어 교재물을 제외하고는 상담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그저 책을 ‘수입’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듯 했다.

현재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출판사는 태국등에 현지공장을 세우고 동남아를 공략하고 있는 한국프뢰벨, 중국에 진출한 예림당 웅진출판 금성출판사 등이 꼽힐 뿐이다.

성인물로는 해냄이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각각 일본 프랑스와 계약을 맺은 정도.

이번 도서전에 국가관 설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나춘호 출협회장은 “국가관 설치를 계기로 모든 전시 서적에 대해 영문초록를 수록하고 출판사별로 영문 안내책자를 만드는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국가간 세(勢)싸움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국제도서전에 정부의 인식과 지원이 너무 미흡하다”고 아쉬워 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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