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무용단 한글연작발표회]몸으로 표현한 한글의 美

  • 입력 1998년 10월 8일 19시 04분


이 글자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어디?” 찾을 필요는 없다. 지금 눈길이 달리고 있는 그곳, ‘ㅡ’에서 평평한 땅이 보이지 않는가. ‘ㅣ’에서 우뚝 선 사람이 보이지 않는가. 하늘을 나타내는 둥근 ‘ㆍ’와 땅, 사람이 어울려 온갖 조화를 펼쳐보이지 않는가. 우주만물을 상징하는 천지인(天地人)삼재(三才)가 어울리고 혀 목젖 등 발성기관의 형상이 한데 어우러지는 글자. 그래서 한글은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또한 미학적이다.

91년 ‘홀소리 닿소리’이후 매년 한글의 아름다움을 탐색해 온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이번 한글날에도 ‘한글연작 시리즈’여덟번째 작품을 발표한다. 9일 오후7시반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공연되는‘한글, 그가상공간 속으로’.

고체 필서체 궁체 등 한글이 가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인간의 신체동작과 결합시켜 글자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띄워 올린다. 그러나 한글은 창제 당시의 장엄한 ‘신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이 지배할 21세기, 한글은 컴퓨터를 타고 미래를 여행하면서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꽃피워 낸다. 이숙재단장은 “의상을 단순하게 처리하고 다양한 조명기법을 활용해 한글 자체에 숨은 조형미를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02―578―6810(이숙재 밀물 현대무용단)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