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음악극 天命]『사람이 하늘이거늘』 묵직한 외침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23분


“판소리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까지 절로 흥이 나서 따라부르게 만든 작품이 ‘천명(天命)’입니다. 우리 고유의 양식에 바탕을 둔 ‘전통 오페라’라고 할까요.”

10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천명’을 작곡자 박범훈(국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은 이렇게 설명한다.

창극에 뼈대를 두되 서양 창법에 따른 혼성합창, 전쟁장면의 박진감 넘치는 무용음악,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배경음악 등을 조화시켜 세대 구분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천명’은 94년 동학혁명 1백주년을 맞아 처음 선을 보인 작품. 도올 김용옥이 극본을 썼다. 봉건체제를 해체하고 외세로부터 민족을 지키려 한 동학정신을 재조명하는 한편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사상을 오늘의 인본주의 정신으로 다시 비추어보기 위해 ‘민족 음악극’으로 기획한 것.

94년 초연때부터 작품의 장중한 스케일은 화제를 낳았다. 기존의 창극처럼 수성가락 반주(10여명 내외의 악단이 창자(唱者)의 소리를 따라가는 반주법)를 사용하지 않고 국악관현악을 사용, 치밀하게 전체 악보를 짜냈으며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등 3백여명이 무대 위를 수놓는 장엄한 봉기 및 전투신은 역사속에 말없이 발자욱을 남겨온 민초들의 눈물과 상흔을 묵직한 힘으로 묘사했다.

극은 전봉준 등 혁명을 이끌어나간 명망가들로부터 평범한 농민출신 동혁, 그의 처 복례로 시선을 옮기며 민초 하나하나의 ‘천명’에 접근해 들어간다.

전주성이 함락되자 다급해진 조정은 외세를 청해들이고, 결국 동학군에게는 처절한 패전의 순간이 닥쳐온다. 남편의 시체를 마주한 복례. 장도를 꺼내 자결하려 하지만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뜻에 따라 하나뿐인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곧 자신의 천명임을 깨닫는다.

전봉준 역에 왕기석, 최시형 역에 김종엽, 동혁 역에 주호종, 복례 역에 안숙선이 출연한다. 스태프진도 연출 손진책, 안무 국수호 등 초호화 진용으로 짜여졌다. 동아일보 주최. 10,11일 오후4시 12,13일 오후7시반 국립극장. 02―274―1151∼8(국립극장)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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