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귀하신 몸」…직장만 확실하면 신부감 몰려

입력 1998-09-28 19:06수정 2009-09-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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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장님, 이번 토요일에 소개팅 한번 하실래요?” “어, 이번 주는 선약이 있는데….”

‘아니,요즘 웬일이지?’ 서울 신라호텔 구매팀의 자칭 ‘준비된 노총각’ 박인환과장(36). 지난해까지 한달에 기껏해야 한번 꼴이던 소개팅이 최근 1주일에 한번꼴로 늘어났다. 박과장은 “지난해 주로 30대 초, 중반의 여성을 소개받던 것이 최근에는 20대 후반으로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고 실토.

서울 S여고 역사교사인 양일씨(32)도 최근 밀려드는 소개팅과 선보기에 정신이 없을 지경.

양씨는 “IMF시대에 ‘교사’의 몸값이 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상대방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그전과는 달리 오히려 ‘튕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느긋한 표정.

IMF시대는 노총각들의 전성기인가. 최근 30세 이상 노총각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취업의 어려움과 실직 등으로 결혼을 원하는 여성의 연령대가 ‘위아래로’ 넓어지고 숫자도 많아진 반면 ‘결혼 가능 총각’의 수는 실직, 취업난 등으로 줄고 있기 때문.

올해초 광고기획사에서 퇴직해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최영미씨(27). “제 또래의 남자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이 없거나 부모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는 사람보다 나이차가 크더라도 직장이 든든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9월말 현재 노총각 노처녀 회원의 숫자 또한 이같은 경향을 반영. 만 32세 이상(66년 이전 출생) 미혼남성이 3천1백82명인데 비해 만 29세 이상(69년 이전 출생) 미혼여성 회원은 4천7백12명으로 절대적 ‘여초현상’.

물론 모든 노총각의 몸값이 뛰는 것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인 좋은만남㈜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젊은 총각’보다 탄탄한 직장을 가진 ‘기성품 노총각’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

㈜선우가 67년 이전 출생한 여성(만31세 이상)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우량주 노총각’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확실한 직장이 있는 사람(52%) △아파트와 자동차가 있으며 알뜰한 사람(16%) △한석규의 이미지처럼 성실하고 따뜻한 외모(11%)△젊어보이는 외모와 젊은 감각(8%) 등. 결혼정보업체들은 이런 이유로 실직한 남자회원의 경우 직장을 얻을 때까지 소개를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몸값이 오른 노총각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선우의 같은 조사에서 64년 이전 출생한 3백명의 노총각이 말하는 바람직한 배우자상 1위가 ‘나이는 어릴수록, 외모는 예쁠수록 좋다’(49%), 2위가 ‘IMF시대에도 직장에 다니는 능력있는 21세기형 여성’(20%), 3위가 ‘현실 감각에 싹싹함과 외모를 겸비한 여성’(14%)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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