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년전 「思夫曲」 공개…안동대 박물관

  • 입력 1998년 9월 28일 07시 41분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사랑하던 남편이 31세에 요절하자 가시는 길에 읽어보라며 남편의 관속에 소중히 넣어둔 조선중기 한 여인의 ‘사부곡(思夫曲)’이 4백12년만에 공개됐다.

안동대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고성 이씨 이응태(李應台)의 묘에서 나온 이씨 부인의 편지는 가로 60㎝, 세로 33㎝ 크기의 한지에 언문(한글)으로 빽빽히 쓰여 있다. 이 편지는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 묻힌 이응태씨의 묘를 후손들이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검은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라는 내용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또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듣고 싶어요. 내 뱃속의 자식을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자식을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건가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라고 적혀 있다.

한편 관에는 병으로 죽게 된 이씨를 낫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기도하며 이씨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를 엮어서 만든 짚신, 이씨가 소중히 여기던 태어날 아기의 저고리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대구〓정용균기자〉jyk061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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