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점심챙기기]영양 『듬뿍』 사랑 『담뿍』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난 도시락 반찬이 매일 여섯 개다.”

은행 외환업무부에서 일하는 김청운씨(28). 동창회에 나가면 아내가 정성스레 싸주는 도시락 자랑으로 친구들의 기를 은근히 죽인다. 직장에서도 그의 도시락은 참치캔 하나만 달랑 들어있는 동료의 도시락에 비해 단연 으뜸. 특히 여직원들의 감탄이 대단하다.

결혼 2년차인 아내 김지희씨(25·미술학원 강사)는 1월부터 아침마다 남편 도시락 싸는 데 꼬박 1시간씩 투자. 토요일이면 1주일치 도시락 메뉴를 짜 시장을 봐둔다.

메뉴구성은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감자채볶음 감자조림 감자고로케 감자샐러드 등 감자요리 △계란말이 동태전 옥수수콩전 새우전 김치적 등 부침 또는 구이 △뱅어포 오징어채볶음 조갯살볶음 등 마른반찬 △도라지볶음 미역자반 더덕구이 시금치나물 등 야채류 중에서 한 가지씩에다 자유메뉴 한 가지 추가. 전날 메뉴에서 두 세 가지는 꼭 바꿔 준다.

“남편이 밖에서 사먹는 음식을 싫어해요. 남편 건강을 챙겨주려면 집에서 싼 도시락이 영양과 위생면에서도 훨씬 낫죠.매일 ‘오늘 점심엔 어디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요.”

남편 도시락 덕분에 음식솜씨도 많이 늘었다는 김씨. “장조림같이 쉬운 음식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다보면 남편 도시락 싸주는 것쯤은 문제없어요.”

아침에 정신없이 바쁜 주부에게 귀띔하는 김씨의 스피드요리법 한 가지. 돼지고기 한 근, 두부 한 모에 파 양파 옥수수알 당근을 넣고 양념한 뒤 소세지처럼 길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얼려 둔다.

아침에 이걸 꺼내 얇게 썰고 계란옷을 입혀 부치면 입에 녹는 ‘사랑의 동그랑땡’이 단번에 완성.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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