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에서는]올 황금종려상,켄 로치감독 작품등 경합

  • 입력 1998년 5월 20일 07시 37분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과연 어느 영화에 돌아갈 것인가.

영화제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떤 영화가 최후의 영광을 차지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쟁부문 진출작 22편 가운데 18일 현재까지 상영된 영화는 11편. 쟁쟁한 거장들의 최신작이 황금종려상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은 영화는 3, 4편 정도로 좁혀지고 있다.

가장 고른 찬사를 받은 영화는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의 ‘내 이름은 조’. 하층민의 생활을 묘사하면서도 사회적인 메시지에 압도되지 않고 알코올중독자와 사회복지사의 신분차를 넘은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영화의 형식미를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제의식이 돋보이고 스타일은 무난한 편인 이 영화의 수상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칸에 몰려든 프랑스 비평가들이 최대의 찬사를 보내는 영화는 자국의 감독 에릭 존카의 데뷔작인 ‘삶은 천사를 꿈꾼다’. 기질이 정반대인 두 젊은 여성의 성장과 몰락을 섬세하게 그려냈지만 상업성이 강해 작가주의 감독을 선호해 온 황금종려상 후보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평도 있다.

덴마크 영화 두 편도 유력한 수상후보의 명단에 줄곧 오른다.

18일 첫선을 보인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축하’는 무시 못할 다크 호스로 꼽혔고 20일 상영될 ‘바보들’의 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불릴 만큼 칸과 친숙하다.

대만감독 차이 밍 량의 ‘구멍’은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슬프고도 감동적으로 그린 수작이지만 서구의 비평가들은 왠지 이 영화의 평가에 인색하다.

또 뇌성마비 장애인인 여배우 히더 로즈가 출연한 호주영화 ‘내노래에 맞춰 춤을’은 장애인의 고통과 욕망을 노골적으로 그려 찬반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고 프랑스감독 파트리스 셔로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차를 탈 것이다’는 자국의 비평가들로부터는 찬사를, 외국 비평가들로부터는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직 상영되지 않았지만 후 샤오 시엔, 할 하틀리, 테오 앙겔로풀로스, 존 부어만 등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은 수상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들.

반면 미국감독 테리 길리엄의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공포와 혐오’와 콜롬비아판 ‘나쁜 영화’인 ‘장미꽃 장수’는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일찌감치 수상권 밖으로 밀려났다.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심사위원인 영화평론가 이명희씨는 “올해 경쟁부문 진출작들은 삶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들과 극단적인 형식 실험과 스타일이 돋보이는 실험적인 영화의 두 부류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새로운 형식 실험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가 수상작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필름 마켓에서는 ‘우나기’ ‘체리향기’ 등 아시아영화에 손을 들어준 지난해와 달리 “올해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가 탈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TV용 영화 ‘광대의 면전에서’가 최대의 화제작이었다. 지난해 ‘황금종려중의 황금종려상’수상식 참석을 거부해 화제를 뿌렸던 베르이만은 올해도 “이 영화가 칸에 가다니 재미있는 일”이라며 또다시 불참을 선언해 콧대높은 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칸〓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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