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춤곡 음반 「시실리엔」내놓아

  • 입력 1998년 5월 8일 19시 40분


‘현(絃)의 귀공자와 춤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세계의 고전 춤곡을 매끈한 활 위에 올려놓았다. 28곡을 수록한 새 음반 ‘시실리엔’(삼성 클래식스). 음반 출시에 발맞춰 15,17일에는 부산과 서울에서 독주회도 갖는다.

“꼭 빠르고 신나는 춤을 연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의 원래 모습에 녹아있는 우아한 춤을 드러내보려 했죠.”

독주회에서 연주할 작품 대부분도 음반에 실린 춤곡이다. 바르토크가 작곡한 여섯곡의 ‘루마니아 민속무곡’, 크라이슬러 ‘시실리엔과 리고동’, 박민종 편곡 ‘새타령’ 등. 영국 피아니스트 고든 백이 반주를 맡았다.

우리민요 ‘새타령’에 먼저 눈길이 간다. 어깨춤이 들썩 나올 듯한 피아노 장단. 순간 내려꽂히듯 날카로운 활긋기가 휙휙대는 새소리를 그려낸다. 이 가지에 앉았나, 저 가지에 앉았나…. 트릴 등 바이올린 고유의 현란한 기교는 어느 순간 소리꾼의 절창(絶唱)이 된다. 목이 꺾일 듯 울컥 내지르는 최후의 포르티시모마저 능란한 명창을 연상케 한다.

그러고 보니 음반의 표제도 범상치 않다. 시실리엔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고유의 춤곡인 ‘시칠리아나’의 프랑스식 표기. 느릿한 8분의 6박자 춤곡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인절미처럼 들러붙는 박자다. ‘섬집아기’ ‘반달’ ‘겨울나무’…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에서도 ‘한국적 시실리엔’은 얼마든지 발견된다.

음반에 실린 ‘시실리엔’은 유명한 포레의 작품을 비롯해 세곡. 발매사는 같은 형식의 춤곡이 셋이나 실린 것도, 그래서 표제가 ‘시실리엔’이 된 것도 모두 우연이라고 말했다. 그런 선곡 역시 ‘한국적 심성의 표현’은 아닐까.

강동석의 특징으로 꼽히는 유려한 음색은 음반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낮은 음역에서는 마치 비올라처럼 어둡게 목멘 듯 울리지만, 신명에 이르면 악기의 와니스에 반짝 조명이 비치듯 쨍하게 탄력있는 음색이 돋아난다. 그는 앞으로 3년내 협주곡 소나타 등 두장의 음반을 삼성 클래식스 레이블로 내놓을 예정. 이밖에 그의 ‘현역’음반으로는 BIS사에서 나온 닐센의 협주곡, 낙소스사의 시벨리우스의 협주곡 등이 호연으로 꼽힌다.

연주회는 15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7일 같은 시간 부산문예회관 대강당. 피아노 반주는 김영호(연세대 교수). 실내악 활동을 통해 강동석과는 오래 호흡을 맞춰온 콤비다. 공연 02―598―8277(크레디아) 음반 02―3458―1236(삼성영상사업단)

〈유윤종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