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산父女의 짧은 만남…부인가출-네살 딸 보호소에

입력 1998-05-04 19:30수정 2009-09-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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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돈 벌어서 예림이 꼭 데리러 올게. 우리 예림이 아프면 안된다.”

지난달 28일 경기도립남부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졌던 예림양(4)은 어린이 날 선물을 사들고 온 아버지 박모씨(42·수원 장안구 파장동)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었다.

“아빠 사랑해.”

예림이는 말을 할 때마다 ‘아빠’를 불렀다. 일주일만에 만난 아빠를 또 한참동안 보지 못하리라는 걸 아는 것 처럼…. 부르지 않으면 눈앞의 아빠가 당장 사라지기라도 할 듯이….

예림이는 박씨가 내미는 인형과 자동차를 한손에 안고 까칠한 아빠 얼굴에 한참이나 볼을 비벼댔다. 잠시였지만 눈을 맞추며 미소짓는 박씨 부녀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예림이네 집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경. 건설현장의 철근공으로 일해온 박씨는 그때부터 집에 생활비를 제대로 갖다주지 못했다.지난 1월 중순경 박씨가 지방의 공사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날 부인은 ‘돈을 벌어 오겠다’는 내용의 편지 한장만 달랑 남겨놓고 집을 나갔다. 일곱살, 네살배기 두딸과 두살배기 아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한 두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자식들이 무슨 죄냐’라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곤 했다.아이들을 키울 돈이 필요했다. 일을 해야 했다. 큰 딸은 서울의 할아버지에게 보냈고 막내 아들은 장모에게 맡겼다. 예림이는 맡아줄 사람이 없었다.

3월말부터 예림이를 공사현장 옆 식당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은 박씨를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고 회사는 부도가 났다. 박씨는 눈물을 머금고 예림이를 보호소에 맡겼다.“동냥이라도 해서 제 자식들은 제가 키울 겁니다.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이 모여 살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까지 내 한몸 부서져라 일할 생각입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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