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용의 아이들」/이리저리 짚어본 동화세계

  • 입력 1998년 4월 20일 20시 35분


▼「용의 아이들」▼

시공을 초월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동화의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과 희망을 안겨주는 동화는 어떤 때는 어른이 읽어도 깊은 문학적 감동을 남긴다.

스웨덴의 아동문학연구가 마리아 니콜라예바가 펴낸 본격 동화비평서 ‘용의 아이들’. 아동문학을 어떤 장르보다 풍부한 예술성을 지닌 ‘문학’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작가의 관점이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펼쳐진다.

아동문학은 본래 전래동화나 고전소설을 어린이가 읽기 쉽도록 각색한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등장해 어른들의 교훈적 윤리적 가르침을 강조한 아동문학. 그것은 사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의 도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저자는 성인용 소설을 아동용으로 각색한 것이 아동문학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걸리버여행기 돈키호테는 원래 인간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동화로 각색되면서 거인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돈키호테의 황당무계한 모험만 남게 됐다.

이밖에도 세계의 동화가 각 나라로 전파될 때 어떻게 ‘변질’되는가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영원히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인간 피터 팬은 끝없이 고독하도록 운명지워졌지만 디즈니의 해석에 의해 모험심이 많고 태평스럽고 가벼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인어공주도, 말괄량이 삐삐도…. 문학과지성사. 11,000원.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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