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길이름 우리말로 바꾼다…「길이름+번호」체계로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춘사길 효자길 복음길 늘사랑길 방그레길….

새 봄을 맞아 서울 강남구 크고 작은 길에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다.

강남구청은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모든 건물에 길이름과 번호로 된 주소를 붙이는 작업을 끝내고 다음달 1일부터 새 주소체계를 이용한 우편물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이름+번지수’로 된 현재 주소는 ‘길이름+번호’로 된 새 주소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 82의 6번지’는 ‘서울 강남구 보람길 22’로 써도 우편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강남의 크고 작은 길에는 모두 9백61개의 새이름이 부여됐다. 길이름은 순우리말을 원칙으로 한글학회와 한국땅이름학회의 자문을 얻었다.

유명한 선인의 호를 딴 ‘소파길’ ‘육당길’ ‘고산길’이 있는가 하면 ‘숯내길’ ‘복사골길’ ‘논고개길’ 등 지역의 옛 땅이름을 활용한 것도 있다. 또 지역의 특성을 살려 초등학교 앞길은 ‘꿈나무길’ ‘새싹길’, 종교시설 앞길은 ‘믿음길’ ‘복음길’, 공공시설 앞길은 ‘문화관길’ ‘특허청길’이라고 붙였다.

강남구의 이번 주소 정비 사업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시절 국가경쟁력 강화기획단이 추진한 주소체계 선진화 정책의 시범사례다. 2002년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를 앞두고 읍면동과 토지 지번을 결합한 현재의 주소체계를 개선해 ‘나그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

현재 강남구 외에 경기 안양시가 새 주소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길이름을 짓고 있으며 올해안으로 4개도시(공주 청주 안산 경주)가 강남구와 같은 주소체계를 갖게 된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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