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 버스타면 상쾌』…친절운행에 격려 쏟아져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난폭운전 불친절 불결…. 시내버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모든 버스가 다 그렇고 그렇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서울 구로구 구로3동에 사는 주부 신정자(申正子·53)씨. 11일 오전 108번 시내버스에 오르다 깜짝 놀랐다. 감색제복에 넥타이를 맨 운전기사가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했기 때문. 이런 인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운전기사는 버스를 타는 모든 승객에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출입문에는 운전기사의 사진이 붙어 있다. 신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기사 이장한(李暲漢·39)씨는 “승객서비스에 대해 기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기사실명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남문시장에서 내린 신씨는 격려엽서를 꺼내 버스회사에 보내기로 했다. 서울 금천구 시흥5동 ㈜범일운수에는 이런 엽서가 매일 3, 4통씩 날아온다. 대부분 ‘정말 고맙다’ ‘감격했다’는 내용이다.

범일운수가 기사실명제와 승객에게 인사하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 1백21대의 차량 출입문에 기사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힌 명패를 붙였다.

지저분한 잠바나 셔츠도 못입게 했다. 대신 감색제복 두벌과 넥타이를 지급했다. 그리고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라고 쓰여진 어깨띠를 두르고 승객을 깍듯이 모시도록 했다.

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어색해 하던 버스기사들. 이제는 “내가 먼저 승객에게 인사하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15년째 버스를 몰고 있는 김태기(金台基·45)씨는 “인사를 하면서 아는 사람이 많아져 승객들이 먼저 내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어올 정도”라고 뿌듯해 했다.

회사는 서비스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추천의 말’이라는 격려엽서와 ‘회초리’로 이름붙인 항의엽서를 비치했다.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지적토록 한 것. 물론 승객에게는 빼놓지 않고 답장을 보낸다.

매일 108번 버스를 이용하는 김진광(金鎭光·34)씨는 “기사사진이 붙어 있어 신뢰감이 간다”며 “출퇴근 때 여러 버스가 있지만 좀 더 기다려서라도 이 회사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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