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뒤엔 이곳에 가보자⑦]임진강 화석정-폭포어장

입력 1998-03-05 19:58수정 2009-09-25 19:5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임진강. ‘분단’‘장엄함’…. 어두운 이미지로만 흐르는 강.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가볼 생각을 못했던 곳.

3일 오전 화석정(花石亭)에 올라 임진강의 자태를 처음 굽어본 김윤성씨(30). 숨이 멎는 듯한 적막함에 저도 모르게 아내(24)의 손을 잡았다.

흐르지 않는 듯 누워있는 강물. 새들도 숨을 고르는가.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강 한가운데 무너진 다리의 교각들. 그 오랜 세월의 잔해에 부딪히는 물결만이 살아 움직인다. 아, 또 하나 느껴지는 살아 있음의 증거. 보드라운 손을 통해 전해지는 아내의 온기.

6세 연하의 직장 후배. 홀로 속태우던 시간들의 어느날, 밤늦게 끝난 회식. 귀가 길을 무작정 막아선 채 1시간 넘게 사랑을 고백했다. 황당해하는 얼굴을 무시한 채 내친 김에 잡은 손. 얼마나 따뜻하고 촉촉했던가.

하지만 결혼 후 대화는 줄어들고 손잡는 것조차 왜 그리 어색해지는지.

오전10시반. 서울 여의도 전셋집을 떠나 자유로를 거쳐 시원스레 달렸다. 통일동산, 문산을 거쳐 파주시 파평면 율곡3리 화석정에 도착하니 정오.

야트막한 언덕위에 자리잡은 화석정은 율곡 이이(李珥)가 은퇴 후 묵상하고 시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던 작은 정자. 임진강을 조망하기엔 가장 좋은 곳 중 하나. 굽어보면 V자형으로 꺾여 흐르는 넓은 강줄기. 고개 들면 강너머엔 사람이 살지 않는 진동면의 갈색 벌판이 펼쳐진다. 거기서 1㎞ 위가 비무장지대. 강 상류쪽 다리 잔해는 20여년전 군(軍)건설공사중 폭우로 무너져내린 것이란다.

비감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다시 차에 올랐다. 적성면쪽으로 5분 가량(주행거리 10㎞) 달리다 보니 인공폭포와 분수가 눈에 들어온다.

‘임진강폭포어장’. 양어장 식당 인공폭포 분수연못 미니골프장 놀이시설 산책로 등을 고루 갖춘 3만여평 규모의 종합 공원.

“우리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걱정하는 아내를 달래며 송어회에 소주 한잔. 식당을 나서니 솟구치는 분수에 한낮의 이른 봄햇살이 은빛으로 부서진다. 두개의 인공폭포가 쉴새없이 물을 쏟아붓는 대형 양어장엔 송어가 바글거렸다. 양어장 뒤편 둔치 체육공원에선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왔는지 남녀혼성팀의 족구경기가 한창이다.

“자기도 골프 한번 쳐봐.” 3천여평 규모의 퍼팅전용 골프장. 아마도 평생 처음 골프채를 잡아본 듯한 넥타이를 맨 젊은 직장인들이 돈내기를 하는지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버스요금이 오른 뒤 좌석버스도 잘 못타는 신세에 무슨 골프야.” 김씨는 농담으로 대꾸한건데 아내는 남편의 자조(自嘲)가 안쓰러운지 화제를 돌린다.

“근데 자기, 아까 화석정 있잖아. 산좋고 물좋고 경치좋은 곳엔 꼭 정자가 있어, 그지.”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여자한텐 꼭 임자가 있듯이?”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게 이 몸이셨는데.”

〈파주〓이기홍기자〉

[알고 갑시다]

◇임진강폭포어장

예로부터 맑은 샘물이 솟아오른다 하여 ‘샘내’라 불리는 경기 파주시 파평면 덕천리에 10년전 개장한 레저타운. 입장료는 따로 없다. 식당과 양어장에 딸린 큰 공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0348―959―2222

△미니 골프장〓천연잔디로 이뤄진 3천평의 퍼팅전용 골프장. 아기자기한 18홀을 도는데 1시간반 가량 걸린다. 골프 문외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성인 1만원, 고교생 이하 8천원. 골프채(퍼터)와 골프화는 무료로 빌려준다.

△요리센터〓송어회(1㎏ 2만7천원) 송어튀김(2만7천원) 등 다양한 송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경북 울진 양식장에서 가져온 은어회(1㎏ 2만7천원)와 장어를 쪄서 기름을 뺀 뒤 굽는 장어구이(4만5천원)도 별미. 규모 5백12석, 시설 양호.

△공원〓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과 양어장 분수 인공폭포 등을 갖춰 식후 가족과 산책하기 좋다. 4월 중순이면 철쭉이 만개.

△체육공원〓개울 옆 둔치에 축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배구장 농구장 등이 마련돼 있다. 무료.

△놀이시설〓바이킹 회전목마 범퍼카 등 6종의 놀이시설. 이용료는 시설당 1천∼2천원(어린이기준).

△기타〓15명 이상 단체가 전화하면 서울 전지역에 무료 버스를 보내준다. 주차무료(5백대 공간).

찾아가는 길서울권에선 자유로나 통일로를 타고 일단 문산까지 간다. 문산사거리에서 적성방면인 37번 국도로 직진, 10㎞ 가량 더 가면 왼쪽길이 화석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자유로 이용시 서울 여의도에서 주행거리 68㎞ 가량). 화석정까진 비포장길이 1백m. 화석정 입구에서 적성방면으로 10㎞ 더 가면 오른쪽에 폭포어장. 문산∼폭포어장 구간 곳곳에 과속방지턱이 높은 점만 주의하면 드라이브를 즐기기엔 무난한 코스다.

대중교통은 서울역 등에서 경의선 열차(1시간 내외 간격 운행) 또는 불광동터미널에서 버스(15분간격)로 문산까지. 문산터미널 앞에서 적성행 버스(15분간격) 이용. 화석정은 정류장에서 10분 가량 걸어야 하고 폭포어장은 입구에 버스가 선다.

〈파주〓이승재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