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社,마케팅 고민…IMF로 소비자 기호 양극화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싼 ‘가격’을 내세워야 할까, 아니면 우수한 ‘성능’을 자랑해야 하나.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가전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저마다 고성능을 내세우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성능이 좋아도 값이 비싸면 시장에서 외면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꾸로 비싼 제품만 찾는 층도 있어 더욱 고민이다. 삼성전자가 18일 선보인 ‘문단속냉장고 따로따로’의 값은 89만8천원(5백4ℓ). 같은 용량의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 국내 최저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시장에 내놓은 ‘지펠’ 냉장고는 초고가제품. IMF형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2백90만원이다. 이 제품은 주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월 3만대 이상 꾸준히 팔리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뚜렷이 나뉘는 추세”라며 “전체적으로 모델 수를 줄이는 대신 제품을 차별화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98년형 모델로 선보인 ‘터보드럼’세탁기도 고성능 고가품. 세탁봉 통드럼 빨래판 등 기존 제품의 장점을 모조리 따왔다는 이 제품의 값은 1백19만원(10㎏)이다. 이 회사가 보급형으로 내놓는 일반 세탁기가 60만원대인 것에 비하면 두 배 정도 높은 가격. LG전자측은 “가격에 민감한 시기임은 알지만 고가품만을 찾는 층도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IMF의 영향으로 외제품을 찾던 층이 국산 고가품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는 ‘냉기그물’ 방식의 냉장고를 새로 선보였지만 가격은 10만원 정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기능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값이 싸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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