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곰인형을 가슴에 품고 신이 났다.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다 ‘와아’ 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가끔 눈물을 흘렸다. ‘헤어진 어린 새끼는 역시 엄마를 만나야해….’
10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시네코아 2관. 3백여 객석이 꼬마 관객들로 가득찼다. 서울 은평구 응암1동 ‘소년의 집’ 학생들. 영화 제목은 ‘미스 베어’. 사람들에게 붙잡혀 동물원에 수용되기 위해 우리에 갇힌 어미와 헤어진 새끼 곰이 소녀와 나누는 우정을 그렸다.
배급사인 ‘무비 온 무비’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아동복지시설연합회와 함께 복지원 어린이들을 상대로 무료영화상영을 하고 있다. 대상은 ‘은평 천사원’ ‘청운 보육원’ 등 9개 복지원의 원아 8백여명. 대부분이 고아 또는 돌봐주는 이가 없어 위탁되었거나 미혼모의 자식.
영화는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그리고 있지만 내용은 이들의 처지를 상징하고 있었다.
영화에 몰두한 꼬마들은 곰이 재롱을 피울 때마다 까르르 웃었지만 철 이른 6학년 언니 오빠들은 자막을 읽으며 가끔 눈물을 글썽였다. 5학년 박모군은 “곰이 너무 귀여워 신났다”면서도 “엄마 생각이 안 나느냐”는 질문에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새끼 곰을 돌보며 엄마 역할을 하던 어린 소녀는 우여곡절끝에 어미 곰을 우리에서 탈출시킨다. 소녀는 “새끼는 어미를 통해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아버지의 말에 새끼 곰을 숲으로 돌려보낸다.
아이들을 인솔한 김마리아고레띠 수녀는 “저런 게 가족이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어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인형을 바꿔가지기도 하며 곧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금세 우울한 표정을 지우고 개구쟁이 장난을 쳤다. 어린이들은 순수하고 밝았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