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뒤엔 이곳에 가보자 ④]유명산 통나무집

입력 1998-02-05 20:28수정 2009-09-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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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토끼 발자국이네!” 소금을 수천 포대 엎질러 놓은 것 같은 산등성이 눈밭. 어지러운 짐승 발자취에서 그 주인을 대번에 알아챈 아내(박미연·34·서울 광진구 구의동)는 차를 세우라며 난리다. 유명산(경기 가평군). 신청평대교를 건너 그야말로 ‘구불구불’ 북한강 파란색을 끼고 가는 50리. 산 입구 관리사무소에서 사용료를 내고 열쇠를 받아 든 지금은 꿈에 그리던 ‘통나무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달리는 자동차에 의해 눈가루가 ‘우휘이’ 탄성을 내지르며 물안개처럼 갈라지는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2㎞ 남짓한 산길. 10분이 채 못 됐을까. 브레이크를 조심스레 밟으며 아직도 미끄러운 언덕빼기를 내려오니 산중턱 골짜기에 비밀처럼 숨어있는 통나무집 스무채. 저마다 오소리 너구리 다람쥐 원앙새 산까치… 갖은 동물의 이름패를 달았다. ‘감기 걸린 죄로 외가에 훌쩍 남겨진 정아(8) 민아(5) 두 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아쉬워하는 순간, “여보 여보, 진짜로 통나무야. 우와.” 서른이 한참 넘었어도 신나기만한 아내. 그 중 ‘반달곰’의 낙엽송 출입문을 ‘끼이이’연다―. 미끈한 통나무마루, 물결무늬의 통나무벽, 교회당처럼 삼각형으로 치솟은 통나무천장,그리고오른쪽구석엔 투박해서 더욱 매력적인 무쇠 페치카까지. “으으음, 이 나무향기, 너무 낭만적이야.” 아내는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한참 무드를 잡지만, “난 무슨 절 냄새 같구먼.” 방문을 여니 4평 남짓 오롯한 온돌. 밤새 잠을 잘만한지 시험도 할 겸 등판을 깔고 사지를 쭈욱 펴니 저기 창틀 속 하얀 함박눈을 여태 입고 있는 잣나무가지가 눈에 어른거린다. “으으으, 절절 끓는다. 끓어.”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스르르르…. “이 양반이 벌써 할아버지 행세야.” 아내의 핀잔을 들으며 끌려나간 2.8㎞ 산책길. ‘빠드득 빠드득’ 새하얀 오솔길에 발자국을 최초로 찍어내는 맛이 유별나다. 내가 밟으면 내 발자국, 아내가 밟으면 아내 발자국, 뒤돌아보면 우리 부부의 발자국. 통나무집에 돌아온 시간은 1시간반 뒤인 오후 6시. 박달나무 창살 사이로 숨어 들어온 노을빛은 거실을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페치카에 넣어둔 장작은 그새 타올라 얼었던 뺨을 후끈후끈 녹인다. “영화같아.” 아내는 은박지에 싼 물고구마를 페치카 불구덩이에 던져 넣으며, “여보, 내일 아침에는 등산가자. 산꼭대기 갈대밭터가 끝내준대.” 이윽고 페치카위 주전자에선 짙은 김이 터져나오고 신문지 한장이 상(床)삼아 펼쳐지는데…. 깡통잔에 담은 구수한 원두커피 두잔, 군고구마 서너개, ‘나’를 쳐다보는 아내, ‘나’(이병삼·35·회사원) 그리고 ‘지금’이란 시간. “여보, 요즘 회사다니기 힘들지?” “….” “아무 걱정마. 내가 있잖아. 당신 잘못돼도 내가 장사하면 되지 뭐. ‘숯불구이 통닭’ 어때? 난 장작불 피우고 당신은 배달하고….” “무슨! 쓸데없이….” 타오르는 페치카 불빛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내’ 어깨에 아내는 어느새 조그만 머리를 파묻었고 ‘나’는 아내의 다갈색 파마머리에서 사랑스런 참나무 탄내를 흠뻑 들이마셨다. 〈유명산〓이기홍·이승재기자〉 ◇ 가는 길 ◇ 경춘국도 타고 가다 신청평대교. 다리 건너자마자 좌회전, 37번국도 설악 홍천 방면으로 왼편에 북한강을 끼고 가다 신청평대교기점 11㎞ 지나면 삼거리, 여기서 우회전하고 1㎞지나 또 삼거리에서 우회전(결국 37번국도·양평방면만 계속 따라가면 됨). 8.5㎞ 더 가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총소요시간 평일 넉넉잡고 2시간, 주말 3시간. ▼대중교통〓서울 상봉터미널∼유명산 입구 직행버스. 오전6시40분 터미널 출발편을 시작으로 하루 8차례 왕복운행. 편도 4천2백원. 터미널 문의 02―435―2124∼8(자동응답), 02―435―2129(직원) ◇ 알고 갑시다 ◇ [ 유명산 ] 인공조림으로 비탈에도 곧게 뻗은 낙엽송 잣나무가 볼만. 구경 포인트는 △1시간반 걸리는 산책로 △해발 8백64m에 펼쳐진 5천여평 갈대밭을 만끽할 수 있는 유명산 정상에서 유명계곡을 거쳐 내려오는 3시간 코스의 등산로. 계곡의 빙판만 조심하면 아이들도 장비없이 즐길 수 있다. 최근 무료 눈썰매장 신설. [ 통나무집 ] ▼평수〓7평형(4인용)2개동/8평형(4인용)2개동/9평형(4인용)2개동/10평형(5인용)6개동/12평형(6인용)2개동/14평형(7인용)5개동/16평형(8인용)2개동 ▼가격(1박 기준)〓7평형 3만원/8, 9평형 4만원/10,12,14평형 5만원/16평형 6만원 ▼시설〓콘도수준. 가스레인지, 온수(샤워가능수준) 냉장고 TV 개별수세식화장실 목욕탕. 7평형은 취사불가. 난방은 기름보일러와 페치카(16평형 2개동, 14평형 1개동에만 있음). 침구 2인용 2∼3벌씩 공급되나 부족한 듯, 여분 침낭준비하면 좋음 ▼예약〓0356―84―5487. 매달 26일부터 다음달 예약을 받는다. 대개 일찍 예약완료되므로 서둘러야. 접수시간은 오전9시∼오후6시. 전화접수 확인되면 통장으로 이용료 절반 선불한 뒤 관리사무소에서 잔금 지불. 유명산 외에도 경기 양평군 중미산 통나무집(0338―71―7166)도 묵어 볼만. [ 이것만은 ] △유명산 입구에서 통나무집촌까지 자가용 이동 가능(눈올 때 7∼8분 걸림). 체인 준비하면 눈길 안전 △일교차 15도 이상 통나무집 방바닥은 절절 끓으나 새벽 외풍이 셈〓아이들 감기 조심 △쌀 그릇 수건 휴지 세면도구 등 준비(휴지통, 물 빼고는 일절 없다고 보면 됨. 산 입구 슈퍼에서도 구입가) △통나무집 내 전화 없고 골짜기 아래편 집들은 삐삐와 휴대전화가 불통 도착 즉시 가능지역 확인하면 꽤 치밀한 축. [ 먹을거리 ] 유명산가든(0356―84―4857) 이금자아주머니의 오리탕(1마리 3만원, 5∼6인분)과 직접 띄운 된장으로 만든 우거지된장찌개(1인분 5천원). 여기에 유명산 계곡물로 빚은 유명산특주(1되 5천원·잘게 썬 대추, 삼을 잘근 씹으며 넘기는 맛) 한잔이면 IMF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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