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원님 앞에 잡혀 온 노인. 배가 고파 방앗간 앞을 지나다가 가래떡에 손을 댔단다. 원님이 선고한 형(刑)은 벌금 한 냥. 노인에게 벌금 낼 돈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부덕하여 불상사가 생겼으니 벌금은 내가 내겠소』 원님의 말에 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배 곯은 사람이 거리를 헤맬 때 혼자 좋은 음식을 먹었으니 저도 벌금을 내겠습니다』 그래서 이방도 한냥, 방앗간 주인도 한 냥…. 원님은 채워진 돈주머니를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속죄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동화작가 박민호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새책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전2권·창해). 우리 전래동화와 외국동화에 숨은 삶의 지혜들을 한데 모았다. 일연의 삼국유사로부터 라퐁텐의 우화집에 이르기까지 글의 출전은 다양하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마음을 데울 수 있는 점은 모두 같다. 꽃을 무척 사랑하는 임금님이 있었다. 고루 꽃씨를 나눠주니 백성들은 제각기 화려한 꽃을 화분에 피워 자랑했다. 한 아이만 꽃이 피지 않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임금님은 아이를 껴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온 나라에서 그 아이 혼자만 정직했던 것이다. 꽃씨는 가짜였으니까. 「꽃을 사랑한 임금님」 이야기다. 튀지 않는 중간색과 단순한 선, 여백의 한가로움을 살려낸 삽화도 돋보인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