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사재기 『고질병』…설탕-밀가루등 구경 힘들어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급등한 환율이 다소 내려가고 있지만 주요 생필품의 사재기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밀가루 설탕 커피 식용유 등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은 생필품의 경우 몇차례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값이 더 오르거나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면서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품목의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100% 돌리면서 최대한 출하하고 있지만 17일에도 슈퍼마켓과 소매점에서 물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광화문 K쇼핑의 경우 설탕 밀가루 등 일부 품목은 3,4일 전부터 진열장에서 자취를 감춘 뒤 새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가격이 인상돼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리점에서는 계속 물건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림동의 N슈퍼 주인도 『외상 대신 현금을 준다고 해도 물건을 구할 수 없다』면서 『이틀전 3㎏짜리 설탕 8개를 간신히 구해와 단골들에게만 1개씩 팔았다』고 말했다. 백화점 등 대형매장의 경우는 사정이 다소 낫지만 공급이 달리기는 마찬가지. 현대백화점 본점은 최근 수요급증으로 하루에 필요한 평균 2∼3t의 설탕을 제조업체에 주문하고 있으나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뉴코아백화점의 경우도 지난 토요일까지 간간이 들어오던 설탕과 밀가루의 반입이 금주 들어 아예 끊긴 상태. LG슈퍼마켓측은 『전국적으로 우리 슈퍼에 필요한 설탕이 하루 3백t인데 2백t 가량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설탕은 1인당 2개씩으로 한정해 팔고 있지만 가족들을 동원해 사가는 바람에 오전에 동이 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인 제일제당측은 『설탕의 경우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 출하를 지난달에 비해 40% 이상 늘리고 있으나 유통업체의 주문량이 평소의 3∼5배나 돼 도저히 이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환율이 다시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거나 △원자재 수입을 못해 생필품 공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소비자들의 가수요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삼양사측은 『환율이 1천5백원대만 유지되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 2월초까지 필요한 원자재는 확보해놓고 있어 공급 자체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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