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 뭉친 원작-연출-주연…「나는 빠리의…」공연

  • 입력 1997년 12월 2일 08시 43분


센강, 미라보 다리, 마로니에 피는 교정. 프랑스 파리 이야기가 아니다. 삐걱이는 계단이 있는 다방,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하 연극 연습실, 70년대 서울대 문리대가 자리잡았던 동숭동 그 거리…. 70년대. 풋풋한, 그리고 뜨거운 가슴을 안고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기억할지도 모른다. 울분 분노 슬픔 가슴앓이와 같은 지난 날들을 어제 일처럼 되살려줄 연극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12일부터 동숭동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물리적 공간부터 연극을 만드는 사람까지 「그때 그 시절」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어 「인연이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문예진흥원 뒤에 자리잡은 공연장 아리랑 소극장은 70년대 초반 서울대문리대연극반의 연습실로 쓰이던 곳이다. 이곳에서 연출자 임진택은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 동기인 원작자 홍세화와 밤새워 연극을 하며 젊은 날의 고민을 나누었다. 홍세화의 경기고 16년 후배인 주인공 홍세화 역의 이현우(순천향대교수)가 임진택과는 경기고 연극모임인 화동연우회에서 인연을 맺은 것도 재미있다. 95년 출간된 후 30만부 이상 팔려나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장래가 촉망되던 한 젊은이가 사회와 갈등하다 하루아침에 망명객이 되어 겪는 신고의 삶을 쓴 책이다. 이 베스트셀러를 대통령선거를 앞둔 97년 12월에 무대로 끌고 나온 것은 단순한 「인연」 때문이 아니라고 제작자 양정순(극단 길라잡이 대표)은 말했다. 『「톨레랑스(Tolerance)」때문이죠. 원작자가 강조했듯 나와 「다른」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틀리다」고 하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대통령 투표에도 그렇고, 통일을 준비하는데도 그렇고…』 무거울 것 같은 주제이지만 「하루라도 남을 웃기지 않고는 밤에 잠을 못자는」 각색 연출자 임진택은 관객을 뒤집어줄 것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냈다. 주인공이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관광안내를 하는 장면은 뮤지컬처럼 경쾌하게 연출했고 사이사이 판소리같은 랩과 샹송, 춤과 영상으로 젊은 관객과 올드 팬을 동시에 매료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남을 미워하진 마세요/당신의 이념이 소중하다면 남의 이념도 소중하지요/톨레랑스!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랩송「톨레랑스를 위하여」).02―765―8770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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