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출판인의 고백]「도박판」같은 베스트셀러시장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54분


「사연 많은」 어느 중견 출판인의 고백. 『부도직전에 몰린 적도 있고, 베스트셀러도 남만큼은 쏘았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마치 노름판에서 처럼, 그저 감으로 베팅을 하는 기분입니다. 불황이 심할수록 더욱 「도박심리」에 쫓기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출판사를 차린 신출내기의 항변. 『요즘 팔린다는 책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남에게 읽히기 창피할 정도예요. 「책을 제대로 만들면 팔리지 않는다」. 이게 우리 베스트셀러의 현주소인가요』 요즘 잘 나간다는 모 출판사 사장의 하소연. 『주문은 떨어지는데 오히려 순위는 올라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어요. 서적 도매상의 잇따른 도산으로 여기저기서 온통, 몇억원 「물렸다」는 소리뿐입니다. 숨이 턱, 막힙니다. 주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진득하게 좋은 필자를 물색하고 양서를 기획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도 합니다만』 인문사회분야에서 양서들의 상승세가 부쩍 눈에 띈다. 대중 역사서의 물꼬를 튼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내내 수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김열규의 「욕―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 최준식의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이도학의 「새로 쓰는 백제사」, 강기준의 「다물 그 역사와의 약속」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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