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오너시대 풍속도]『첫 키스는 남자집 앞서』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54분


「일반적으로」 결혼 전략상 승용차가 있는 것이 유리한가, 없는 것이 유리한가. 요즘 유행하는 「속설」은 남자에겐 필요조건이고 여자에겐 방해물이라는 것. H그룹 총무과 신영철대리는 최근 어머니로부터 『요즘 젊은 여자는 차 없는 남자에겐 관심도 없다더라』는 얘기와 함께 작은 차라도 한대 사라는 권유를 받았다. 반대로 미국계 은행 여직원 이현정씨(30)는 『노처녀가 차를 사면 결혼이 2,3년 더 늦어진다더라』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닥쳐 승용차 구입 계획을 취소했다. 왜 그랬을까. 결혼정보전문업체인 선우이벤트가 최근 20,30대 남녀 2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1백명 중 34명은 「상대 여성이 나보다 좋은 차를 몰면 당혹스럽다」고 대답했고 21명은 「차 있는 여성은 부담스럽다」고 반응했다. 여성 1백명 중 46명이 「오너드라이버가 된 뒤 결혼에 지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고 17명은 「애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차 있는 남성이 좋다」는 여성은 83명이나 됐다. 「속설」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 이와 함께 20대의 승용차 소유가 크게 늘면서 사랑풍속도가 바뀌었다. 우선 첫키스의 장소가 달라졌다. 여성 오너드라이버의 증가가 빚은 현상이다. 얼마 전만 해도 젊은 연인의 첫키스 장소는 여자 집 앞이 많았다. 남자가 저녁 늦게 상대여성을 바래다 주기 위해 여자집 쪽으로 갔다가 「뭔가 아쉬워」 일어나는 사건이 키스였기 때문. 그러나 남자친구보다 먼저 사회에 진출해 차를 먼저 장만하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이 남자를 집으로 바래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연히 경험의 장소도 바뀌었다. 잡지사 기자 임정아씨(26). 일이 끝난 뒤 일주일에 한두번 3년 전 졸업한 K대학 도서관으로 차를 몬다. 대학원에 진학한 남자친구 정모씨(26)의 공부가 끝나기를 기다려 집에 바래다 주기 위한 것. 임씨는 『사회에 먼저 진출한 여성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자친구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당연하게 생각한다. 승용차의 이동성이 주는 「혜택」. 지리적 거리 때문에 맺어지기 어려웠거나 고민했을 커플의 연애가 쉬워졌다. 회사원 김태현씨(31·고양시 일산동)는 요즘 안양에 사는 여자친구와 열애 중. 김씨는 『차가 없었다면 이렇게 멀리 사는 여성과 「매일」 연애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겨운 상대를 「떼어버리는」 소품으로서의 승용차. 올해초 차를 산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윤민경씨(27)는 얼마전 서울 대학로에서 소개팅을 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남자가 『차로 바래다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윤씨는 『내 차를 가져가야 한다』는 말로 간단히 거절했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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