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은 드라마처럼, 드라마는 생활처럼」. 한 드라마를 함께 쓰는 부부작가의 수칙이다. 24일부터 방영되는 MBC 미니시리즈 「복수혈전」의 작가 김기호(38) 이선미씨(34)가 그 주인공. 방송가에서 공동집필은 흔히 있지만 부부가 함께 작품을 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들은 『특별한 역할 분담은 없고 계속 꽁무니를 빼다가 마음 약한 사람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집필』이라고 말한다.》
부부작가가 부러움을 사는 반면 홍진아(27) 자람씨(24) 같은 자매작가는 좀 딱한 처지가 됐다. 언니 홍진아씨가 집필하는 MBC 「레디 고」의 경쟁 프로가 바로 동생 자람씨의 KBS2 「신세대보고―어른들은 몰라요」이기 때문. 그래서 매주 금요일만 되면 경기도 분당의 집에서 『어떤 걸 봐야되느냐』로 서로 고민한다.
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현재 7백50여명이 방송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회원까지 포함하면 1천여명을 넘어선다.
돈 잘 벌고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방송작가는 도대체 어떤 직업일까.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운동권출신에다 학점이 너무 나빠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는 홍진아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91년 KBS라디오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방송일을 시작했다. 프로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복사하는 것이 일이고 보수는 한달에 20만원 정도. 이어 TV로 자리를 옮겨 「생방송, 전국은 지금」 「체험 삶의 현장」 「신세대보고…」 등의 프로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구성작가라고 모두 똑같은 「신분」은 아니다. 교양이나 다큐의 경우 「자료작가」 「새끼작가」 「서브작가(보조작가)」 등의 밑바닥부터 딛고 올라서야 구성작가로 대우를 받는다. 쇼 오락은 잘나가는 출연자를 모셔와야하기 때문에 섭외작가를 따로 둔다.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은 김수현 송지나 김운경씨와 같은 드라마 분야의 「스타」를 꿈꾸지만 문은 좁고도 좁다. 방송사의 신인 공모를 거치거나 작가의 필력, 방송사의 인맥이나 경력 등이 고려돼 기용된다.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TV3사와 협회가 맺은 최저 원고료(10분 기준)를 보면 드라마 단막극이 25만원이고 일일극은 15만원선이다. 코미디와 다큐가 각각 29만원, 17만원대이며 라디오는 장르에 관계없이 10만원대 미만. 그러나 일단 스타작가가 되면 이같은 기본 원고료 외에도 특별고료라는 형식으로 수억원대의 집필료를 받기도 한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