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감촉과 투박한 표정.
이름없는 옛 석공의 숨결이 담긴 돌조각에서 영원의 시간을 넉넉히 버티고도 남을 무소유의 소박함을 만난다.
이화여대박물관이 마련한 돌조각 특별전 「우리 옛돌조각의 힘」. 4일부터 내년 10월말까지 조각정원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모두 71점이 전시된다.
우선 뚱뚱한 몸집과 커다란 눈의 호랑이상. 무서운 호랑이를 위엄이 있으면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바꾸어 만들어낸 옛사람들의 예지와 해학이 드러난다. 혼례상 앞에서 함지박만하게 입이 벌어져 웃고 있는 꼬마 신랑과 정숙한 새색시의 부부상은 「나무꾼과 선녀」의 주인공 같다.
인간의 순수함과 슬기로움을 상징하는 동자상은 어린이로 보기에는 이미 세속을 초월한 듯한 표정.
형태의 과감한 생략과 일부 신체에 대한 강조가 특징인 장승은 완벽한 추상미가 특징.
장구한 세월 우리땅을 지켜온 문인석 무인석도 있다.
이와 함께 돌우물뚜껑 맷돌 등 생활에 쓰인 돌조각과 석탑 부도 석등 등도 전시된다.
한편 3일 오후 4시반부터는 처용무 북소리 빛과소리 등 개막공연이 펼쳐진다. 02―360―3152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