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15번째 시집…농익은 최근작44편 골라실어

  • 입력 1997년 10월 31일 08시 02분


미당 서정주선생이 생애 열다섯번째 시집을 펴냈다. 「80소년 떠돌이의 詩」(시와 시학사). 93년 이후 발표작 중에서 마음에 부족함이 없는 44편만을 가려냈다. 『내 나이 올해 83세지만 아직도 철이 덜든 소년 그대로고 도(道)도 모자라는 떠돌이』라는 선생의 말대로 시를 들여다보면 팔순의 노인과 볼이 발간 어린 소년의 얼굴이 겹쳐져 있다. 지상보다는 하늘을 더 가깝게 여기게 된 나이의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천진무구다. 「초등학교 3학년때/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우리 이쁜 여선생님을/너무나 좋아해서요./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국화밭에 놓아두곤/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첫사랑의 시」) 그의 시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생명주의」도 더욱 농익었다.「…꼬꼬닭하고 인삿말도 나누고,/산새들 나비들하고도 속사정도 말하고,/향맑은 꽃들하고도 서로 소근거릴 수 있는」(「쿨란다 산골」중) 그에게는 사람과 이삭한알 메뚜기 참게 까치가 모두 동격의 「한 생명」이며 어느 하나가 없이는 다른 생명도 존재할 수 없는 「삶의 공동체」로 파악된다. 평론가 김재홍씨는 『이제 미당은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회향(回向)의 경지에 이르렀다. 영원에서 순간으로 영겁회귀의 시학을 완성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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