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결혼뒤풀이 성행…주말 곳곳서 단속경찰과 실랑이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국적을 알 수 없는 온갖 형태의 결혼 악습이 유행병처럼 번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 악습의 대표적인 유형은 피로연에서 신랑신부에게 「해괴한 폭탄주」를 먹이거나 신랑을 승용차 뒤에 매달고 뛰게 하는 등 「폭력」에 가까운 뒤풀이 행사.

피로연 때 신랑의 몸 구석구석에 콩을 집어 넣어 찾아먹게 하거나 신랑의 바지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 신부에게 입으로만 먹으라는 등 고약한 장난도 그칠 줄 모른다.

지난달 초 결혼식을 올린 주부 김모씨(28·경기 고양시 일산동)는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피로연때 신랑 친구들이 2천㏄ 생맥주잔에 양주와 맥주를 가득 채운 뒤 라면과 양말까지 집어넣고 신랑신부에게 마시도록 했고 이를 마신 신혼부부는 만취, 공항에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사이 비행기가 떠나버린 것.

아시아나항공 국내운송지점 출발파트 조인숙씨(24·여)는 『주말이면 술에 취해 비행기를 놓치는 신혼부부가 하루 두세 쌍씩 생긴다』고 말했다.

결혼식 뒤풀이가 가장 고약한 곳이 강원지방. 지역주민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강릉에서는 신랑에게 팬티만 입히고 한쪽 발에 구두를 신긴 채 광목으로 승용차 뒤에 매달고 뛰게 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경찰 단속에 대비해 신랑 손에 범칙금 7만원을 쥐어주고 뛰게 하는 신랑 친구들도 있다.

대혼일이었던 19일에는 시내 곳곳에서 이를 단속하는 경찰과 신랑 친구들의 드잡이가 벌어졌다. 이날 이모씨(28·강릉시 교1동)는 신랑의 손목을 차 번호판에 묶고 신부를 트렁크에 밀어넣은 채 운전한 혐의로 즉심에 회부돼 구류 2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춘천시 삼천동 안보회관에서는 전시된 탱크나 나무에 신랑을 매달아 놓고 억지술을 먹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랑이 떨어져 다치기도 하지만 악습은 사라질 줄 모른다.

또 부산 경남의 일부 집안에서는 하객이 축의금을 내면 1만∼2만원이 든 봉투는 그자리에서 되돌려주는 「파행접대」가 유행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이화여대 함인희교수(사회학)는 『결혼이 가족간 잔치에서 결혼당사자들만의 「이벤트」로 바뀌면서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이상한 풍습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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