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은 뚝심의 소설가다.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 당선으로 데뷔한 뒤 14년간 「소지(燒紙)」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문학과 지성사) 등 두 편의 소설집을 냈을 뿐이다.
『내 자신이 인정할 만한 좋은 작품을 못쓴다면 문학을 안할 수도 있다』 평소 그가 문우들에게 혼자말처럼 내뱉었던 이 고집 때문일 것이다.
그는 변덕스러운 세태흐름에 얼마간 거리를 두고 「이 땅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왔다.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이지만 분단문제를 절절히 형상화한 「소지」(87년작)를 썼고, 사회변혁의 열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인 92년에는 운동권 이복동생을 밀고한 뒤 똥구덩이에 주저앉아 우는 한 인간의 슬픔(「녹천에는 똥이 많다」)을 그려냈다.
그의 나침반은 무엇인가. 문학평론가 성민엽씨는 일찍이 그것을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라고 헤아렸다.
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결코 강하지 않다. 얼치기 운동권생활을 회의하다가 광산촌의 다방레지가 되는가 하면 가까스로 손에 쥔 생활의 안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생을 밀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안과 거짓 속에서도 진실된 삶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아프게 던질 줄 아는 「인간」들이다.
이창동은 「탄탄한 단편미학을 가진 작가」로 평가된다. 그래서일까. 「초록물고기」를 본 동료작가들은 『잘 쓴 단편소설 한편을 본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절친한 친구인 소설가 최성각씨는 『이창동은 문학의 이름으로 천민들이 판치는 문학의 바다에서도 한번도 개헤엄을 치지 않은 신사』라며 『「초록물고기」와는 관계없이 지금도 여전히 그가 이 땅의 중요한 한 소설가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