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싶다/인도]이방인에 「사는법」 가르친다

  • 입력 1997년 10월 9일 08시 03분


인도와 인연을 맺은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7년의 유학, 그리고 또다른 세월. 나는 언제나 델리공항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겨울에 인도를 찾았다. 겨울이라고 해봐야 섭씨 27∼28도이지만 40도가 넘는 인도의 참을 수 없는 여름에 대한 기억의 파편이 늘 뾰족하게 날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인연을 기다리듯 목을 길게 빼고 몬순을 고대하는 칠월초. 태양이 사정없이 빛을 내리쬐는 북부지방 대지는 모든 것이 바삭거렸다. 사람의 심성과 삶에 대한 애정이 가장 가벼워지는 시기였다. 그 여름을 뚫고 계속된 나홀로 인도여행은 정말 더위보다 참기 어려운 고단한 노정이었다. 인도는 그 와중에서도 이상한 방식으로 내게 「사는 법」을 일러주었다. 소매치기 일당에게 몽땅 돈을 털렸고 열차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무려 10시간동안 땡볕을 이고 열차안에 갇히는 경험을 했다. 그랬다. 인도에서는 냉정과 무심함을 유지해야 살아남는다. 무쌍한 자연의 변화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곳에서는 체념과 달관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 날, 24시간을 달려온 열차의 승객들은 예정된 행사를 치르듯 조용히 파업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더위가 극성일때 몬순이 멀지 않았음을 떠올린다. 몬순은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고 농사를 짓게하는 고마운 존재. 한여름 속 나도 애타게 몬순을 기다렸다. 그러나 야속한 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귀국한 후 한달이 지났을 때 잘 아는 학자 한분이 인도에서 오셨다. 당연히 나는 『올해 몬순은 어땠어요』하고 물었다. 그분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이 박사, 정말 인도를 사랑하는구먼』 사랑은 그렇게 소리없이 와 있었다. 이옥순〈「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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