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수행정진 전통 되살아난다…1만일 기도 「나」찾아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57분


금정산자락에 자리잡은 부산 청룡동 범어사 지장암. 목탁과 염불소리가 밤낮으로 계속된다. 1만일생명기도를 시작한 지 1천일째인 지난달 28일. 6백여명의 신도가 부처님에게 정갈한 꽃과 차를 올렸다. 이곳에는 1만일생명기도 1백일째마다 헌화 헌다공양을 하려는 신도들의 발길로 붐빈다. 만일기도. 27년 1백45일 동안 목탁소리가 중단되지 않고 기도와 염불을 계속하는 수행이다. 일편단심 수행정진을 통해 승속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만일기도 천일기도의 전통이 최근 불가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지장암의 만일기도는 대한불교사경회(회장 이양배)회원 30여명이 한국불교의 귀중한 유산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95년 1월1일 범어사에서 시작돼 해운정사를 거쳐 올해 지장암에서 3년째를 맞았다. 만일기도는 2002년까지 부산지역, 그이후에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이어지다가 2022년 회향(回向·끝마침)한다. 만일기도는 신라 경덕왕 18년(서기 758년)에 발징화상이 스님 31명,향도 1천8백여명과 함께 건봉사에서 만일기도를 올려 31명이 극락왕생했다는 삼국유사 기록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기도도량이 강원 고성의 건봉사. 발징화상의 원력을 이어받은 용허선사가 이곳에 만일염불도량을 세우고 1802년 두번째 만일결사에 들어갔으며 벽오 만화 금암스님이 이를 이었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만일기도의 전통은 73년 해인사에서 수행 중이던 수산스님에 의해 이어졌다. 경주 기림사와 법장사, 대구 남지장사에서 계속돼온 만일기도는 85년 대구에 염불선원이 설립되면서 본격화돼 수산스님은 96년9월 입적할 때까지 상좌스님 5명과 함께 정진했다. 지금은 염불선원장 성범스님이 수산스님의 뒤를 잇고 있다. 불교신도모임 동산반야회(회장 김재일)는 건봉사 스님들과 함께 10월중 만일기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3년여에 걸쳐 계속되는 천일기도는 여러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학원은 지난달 4일 정통선(禪) 중흥을 위한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봉선사 서울포교당 광명선원은 5일 천일기도 회향식을 갖는다. 보광스님(동국대교수)은 『한국에만 있는 종교결사인 만일염불결사는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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